꽃은 향기가 있어서 의미가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꽃 하나는 하늘하늘 하지만, 꽃다발은 무겁고 가시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본도 아닌데 가업이라면서 강요하는 어머니를 납득할 수 있는 건 이 길 밖에 없으니까.
향기도 없는 꽃을 왜 짊어지면서 살아야 하나.
꽃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도 시들어버리면 끝이니까.
덧없는 생.
나는 꽃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단지 사람들의 시각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재배되고 잘라지는 허무한 생.
꽃집 아가씨는 예쁘다는 노래도 있지만, 이런 허무한 짓을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적성에 안 맞아요? 난 꽃이 좋던데요."
허무해하는 나와는 달리 어머니와 죽이 잘 맞는 어머니의 제자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애정결핍같아요. 하진씨. 꽃을 좀 더 긍정적으로 봐요. 아니면 연애를 해도..."
내가 인상을 찌푸렸나보다. 그녀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래도 향기가 있으니까 다행이에요."
나는 장미향을 맡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안 그럼 정말 의미가 없을 테니까."
"하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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