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거짓말.
멀쩡한 것은 하나도 없는 세계
가진 것 위에 가진 것을 더하고
무 위에 무를 더하는 곳

시간은 썰물이 오는 떄
푸른 시간 흐르는 
조가비를 주우며 정처 없이 걷는다.

오로지 시간만이
단지 시간만이 
흐르는 세계

사랑은 퇴색된지 오래되었고
정의는 상한 조갯살처럼
맛을 잃은 곳.

싱싱한 조갯살에 회를 무쳐
그 쓰라린 맛 나는 
고추냉이, 달달하고 매운
고추장 얹어
거짓말 않는 미각을 달랜다.

맛있구나! 맛있구나.
꺼이꺼이 울면서
그 회덮밥일랑 먹는다.

먹는 거 외엔 
남는 거 하나 없는 것 
이 세상.

옛 정의를 외쳤던 
시인에게 이 회덮밥 하나 바치리
밥알이나 동동뜨는 동동주 하나 올리고
고추장 담쁙 떠서 올리리


옳지. 그래서 네가 그리 살이 쪘구나.
그러시면 웃으리.
맛 조타! 
그말이나 들으면 딱일 것을.
이 즐거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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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뮤지컬 몽테 크리스토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의 첫마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스트레스를 가끔 시끄러운 노래로 푸는 저에게 딱 들어온 한 마디.

모두 거짓말. 이라는 첫마디였죠.

그래서 이 시의 첫마디도 저 첫마디로 시작됩니다.

옛 정의의 시인은 '김수영 시인' 이십니다.

한 6개월 전에 강신주 선생의 '김수영' 시인 책을 보았거든요.

사실 거기에 제일 잘 어울리는 건 딱히 정의를 주장해서가 아니라, 정의롭지 못한 자신을 학대할 정도로 깊히 파고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시인은 정의의 표상처럼 나오긴 하지만, 전 인간적인 김수영 시인쪽이 더 좋습니다.ㅎㅎㅎ

조가비 줍는 해변은 옛날에 어느 작가의 번역된 소설 제목입니다.

시간의 모래밭이었나 아마 그럴 거에요...원제는 다른 거 였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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