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비번일때도 그 일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요양원의 그녀가 말하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만약 그녀가 아는 것이 진실이고, 자신이 하는 일은 그저 그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려고 하는 행동 중 하나라면?
“밥 먹어라. 정의야.”
이모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정의는 꿈에서 깨듯 그 사고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건 마치 기면증과 같아서 밥을 먹으면서도 그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얘좀 보게. 정의야. 국이 바닥에 떨어지잖니!”
어머니 사후에는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핑계로 독신인 이모가 그와 같이 살게 되었다.
처음부터 불안하다며 그의 진로를 막았던 어머니, 그리고 한때 어머니와 절연할 정도로 사이가 안 좋았던 정의. 어머니는 겨우 허락했지만, 그 이후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져서 이모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모.”
“응?”
가끔씩 정의는 이모를 나이든 여자 왓슨(이건 작년에 같은 성격을 가진 여자왓슨이 나오는 뮤지컬 셜록 홈즈가 있었으니 아예 말이 안되는 일이라곤 할 수 없겠다.)이라던가, 아니면 미스 마플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추리를 좋아하지 않는 이모는 그 말이 뭔말인지 한마디도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렇게 부를 정도로 이모는 명석했고, 감이 좋았다.
“어떤 사람이.”
“...에구, 또 사건인거니? 네 일이 아니면 신경을 좀 덜 쓰는게 어떻겠니?”
“고저택에서 진짜 총이 아닌 모조총으로 쏴서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그 사람이 한 일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피해자 측이나 그 변호인측에서 보상금을 요구하거나 형사상으로 걸고 넘어가지 않는다는 건 왜 그럴까요...”
“말이 복잡해서 뭔 말인지 모르겠다. 얘.”
이모는 그 말을 한 후 다시 설거지대로 돌아갔다.
“근데 이런 경우는 있는 것 봤다.”
이모가 독신이라고는 하지만 한 때 남자를 사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남자 때문에 결국 이모가 독신이 되어버렸으니...
“어떤 정치가가 어떤 부자에게 여자를 부탁했지. 그런데 그 여자가 유부녀였단다. 억지로 헤어지게 할 순 없으니 여자를 협박해서 정치가에게 바쳤지. 남편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 여자가 임신한건 다른 남자의 아이였어. 그리고...얼마 안되어서 그 여잔 죽었단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그런데 그 남편도 알고 있었는지 보상금을 받고 형사고소하는 걸 취소했어. 누가했는지 뻔히 알면서...”
어떤 이야기를 듣기로 했을 때 나오는 이모의 상투어였다.
그건 아마 예전에 만났다 헤어진 남자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리라.
아마도 아마도 그 비겁한 남자는 이모의 애인이었을 것이다.
“내 생각엔 그 사건은 이 사건과 비슷한 것 같구나. 애초에 다치길 원했던 거야. 그들이 노리는 건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단 이야기지.”
그렇다면 흥신소 직원들이 그곳으로 갔다는 것은 애초에 공격한 측에서 유인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오히려 그들이 공격을 당하기 위해서 간 것이라는 이모의 혜안에 그는 놀라고 말았다. 아니, 논리자체는 맞지만 일부러 공격당하러 간다는 것은?
그럼 그 배후는?
흥신소 직원들은 그럼 애초에 이용만 당한 것이었다.
그 배후는 누구인가.
요양원의 이사장으로 있는 이준구는 그럼 무엇 때문에 그 저택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나? 그리고 이사장 대리로 왔던 정은미라는 사람은?
<모두가 다칠 뿐이에요.>
<아니오. 모두 다치지 않습니다.>
대답을 수정해야 했다. 그 아름다운 여인에게.
<아니오. 올바른 사람들은 다치지 않습니다. 다만 배후가 다칠 뿐이죠.>
그는 결론을 내렸다.
이 뒤에는 큰 부자도, 그리고 총을 들고 날뛰는 흥신소 직원도, 그리고 모조총을 가지고 쏴버린 어떤 남자도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문제를 없애려고 하는 배후와
그리고 그에게 이 일의 처리를 맡긴 병률이었다.
유병률씨...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당신은 나를...속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