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미모의 여성이 우선 말을 걸자 겁을 집어먹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여기 열린 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은미라고 합니다.”

 

“아, 요양원이요...”

 

“저희 이사님이 오실 예정이었는데...어쩌다보니 제가 왔습니다.”

 

“아,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우선 안으로 들어가시죠...”

 

얼마나 어설픈 대응인지.

은미는 그제서야 왜 병률이 정의를 선택했는지 알 거 같았다.

애초에 사건 조사용으로 일만 키울 셈이었던 것이다.

 

‘정말로 얄미울 정도로 뻔뻔한 남자야. 병률.’

 

윗선에서는 병률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병률은 앞으로도 사용될 말이어서, 그가 연계된 일은 되도록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했다.

물론 그들이 길준에 대해서 아는지 모르는지는 그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아는 건 병률이 정의에게 부탁해 일을 더 키우는 것이 어쩌면 길준에게도 유리할수도 있다는 것.

 

“아니오. 우선 여기서 이야기하죠.”

 

그녀는 정의를 응시했다. 짙은 갈색 눈동자가 묘한 느낌을 주었다.

거짓말하지 않고, 진실만을 말할 것을 다짐하는 눈동자.

하필이면, 하필이면. 그 눈동자를 가진 사나이가 병률의 편이 되어버렸을까.

그녀는 그게 너무 분했다.

 

“송정의씨.”

 

“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얼마 전 있었던 흥신소 직원 사건을 그냥 넘어가주세요. 윗선에서도 넘어가고 있을테니 굳이 정의씨가 잡아야 할 일은 없을 겁니다.”

 

“아...하지만 이건 특별한...”

 

“지금 이 사건에 끼어들어봤자 힘들어지는 건 정의씨 뿐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혹시 요양원이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고 들어도 괜찮겠습니까? 제 귀에는 반 협박으로 들리는데요...”

 

물론 말의 내용이 좀 험해지긴 했지만 정의는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도 또한 병률에게서 흔치 않은 뭔가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은 말려들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정의의 손을 무심결에 잡았다.

 

“하지만 이 상태대로라면 모두가 상처를 받아요...지금이라도 포기해주시는 것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의는 냉정해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갈색 눈동자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가 다치지 않는 선에서 해결해보겠습니다. 이름에 걸맞지 않는 행동은 하지 않겠어요.-

 

“어쨌건 믿어주십시오.”

 

정의가 말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진 모르겠지만.”

 

“.....”

 

“저 하나 다치고 제대로 된 진상을 알 수 있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은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 진상을 밝힐지 밝히지 않을지는 제가 조사를 마친 후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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