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화랑 저 편에서 걸어온다. 그는 모를 것이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아, 이 그림을 보고 있구나. 가만 있자. 작가가...”

 

“......”

 

“내가 사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니? 너희 집 작은 공주가 몇 살이더라...이제부터 미술에 대한 감각도 키워야 할 때지...오, 이런. 이건 모사품이군. 아깝군. 색채감각이라던가 굉장히 좋은데, 보나르 작품의 모사품이라니.”

 

“오빠.”

 

“응?”

 

번들거리는 대머리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그가 날 응시한다. 말은 상냥하게 하고 있지만 그의 머리는 항상 계산으로 가득 차 있다.

 

“또 무슨 일이 있었구나.”

 

“...정말 포기할 거에요?”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발등을 내려보았다. 뭔가 생각을 깊이 하면 벌어지는 일이다.

자연현상과 같아서, 그의 라이벌들은 항상 그의 행동을 주시하곤 했다.

 

“그 곡마단은 내 알바 아니야. 어차피 빚으로 처리될텐데. 너도 상속포기를...”

 

“토마 오빠!”

 

“엘지.”

 

한때 서커스단의 최고 진행자였고, 뛰어난 손재간의 마술사는 이제 없다.

그는 뉴욕보다 이름나진 않았지만 최고의 도시에서 증권 애널리스트로 일했다가 펀드 매니저로 일했다가 이제는 이름도 알수 없는 복잡한 수학의 세계에서 일을 한다.

물론 그는 능숙한 계산의 일인자이니 수학의 세계에 들어갔다 해도 그건 수학자의 세계를 가리키는 건 아니다. 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세계로 들어갔다는 뜻이다.

 

“엘지. 기왕 생각난 거 추억의 놀이 한번 할까?”

 

오빠는 화랑을 둘러보다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십센트 짜리 동전 두 개를 얹어놓았다.

그리고 다시 내 손을 주먹 쥐게 하더니 숫자를 세고 손을 다시 펴게 했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빠? 이십센트는?”

 

예전에 하던 놀이 그대로 내가 되묻자 그는 싱긋 웃었다.

토마 오빠는 천정을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퉁.

 

천정에서 돈이 떨어졌다. 1달러짜리 지폐가...

 

짝짝짝.

 

“여전히 멋진 놀이군. 젠틀맨 토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