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합니다."
길준은 냉담하게 대꾸했다,
"당신들은 뭔가 오해를 하고 있군요."
"오해?"
털보는 허허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어조로 길준을 힐난했다.
"그 돈으로는 복수하는 것도 어려울텐데? 아버지가 아무리 억대의 재산가였다곤 하지만 그 많은 재산 세금내기 아까워서 차명으로 해둔 게 많다는 걸 나도 알아. 그리고 그걸 복수하겠다고 해도 명의를 돌리기도 어려울테고...우리 도움이 필요할텐데?"
"...잘 아는군요."
길준이 다시 털보 쪽으로 주의를 기울였다. 방안에 장정 4명이서 기싸움을 하는 보기 드문 광경을 털보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기자로서의 싸움본능이 길준을 향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도 아는 그 사실을 어째서 당신은 외면하려고 하지?"
"...내게는 배식할 정도의 시간도 주어져있지 않으니까."
길준은 그렇게만 말하고 털보에게 시선을 돌렸다.
"전직이 기자였다고 들었습니다만."
"오, 날 아는 사람이 있었군. 그래.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지?"
"전 홍아신문 사회부 기자, 산렵일보 문화부 기자, 성흥군지 편집장...등등. 가는데마다 폭력사건을 일으키거나 물의를 일으켜서 파문. 다만 기사취재 및 작성 편집에 제일 가는 솜씨를 가지고 있어서 기자상도 몇번 수상했었다고. 그러던 중 갑자기 폭로성 기사를 쓰고는 잠적...그 후 알콜 중독이었다고 들었는데...사실 나보다는 당신이 알콜에 찌든 머리를 청소하고 봉사활동하는게 더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예습은 굉장히 잘 했는데?"
털보는 그렇게 말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가지 정도 더 알아둬. 기자는 취재 전 상대에 대해서 깊은 조사를 한다는 걸. 그리고 이럴 떄 나는 인정사정 안 봐줘. 변호사가 정확히 2분 뒤에 도착할거야. 그때 마지막 유언장을 받고 나서 울지나 말라구."
"흥."
길준이 싸늘하게 비웃었다.
"이미 유언장은 다 정리를..."
"아닙니다."
문 밖에서 갑자기 나타난 준구가 말했다.
"변호사님이 지금 도착하셨습니다만...."
"...근데 방금 뭐라고."
길준의 물음에 준구가 다시 대답했다.
"변호사님이 지금 도착하셨다고."
"아니, 그 전에요."
남자들이 서로를 향해서 으르렁 거리는 동안 한쪽 의자에 불쌍하게 앉아있떤 은미가 길준을 도와주었다.
"아, 유언장은 다 정리된 게 아닙니다. 개봉이 되지 않은 유언장이 아직 2개 남아있습니다."
마치 폭풍같은 속도로 거리의 변호사가 계단을 거의 날아오르듯 해서 방안으로 튀어 들어왔다. 그리고 털보의 멱살을 쥐어 잡고는 세게 흔들었다.
"이 놈아! 진작 연락을 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