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과연 클래식을 좋아할 수 있을까?(2)
서양고전음악에 이름만이라면 익숙했지만, 도대체 그 콩나물 대가리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대학시절 들기 시작했다. 음악만 그런 게 아니라 미술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고등학교 재학시절 알레르기를 일으키던 과목들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대학시절에는 내가 먼저 이 과목들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음악감상, 미술감상 정도로 생각하고 갔다가, 역시 이것들은 몹쓸것들이야...
하고 도망친 것이다.
들어서 이득인 게 있었다면 적어도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구나...라는 것 정도.
그 전에는 디자인이 뭔지, 미술이란 게 뭔지, 음악이라는 게 뭔지.
이 고달픈 세상에 그것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이었으니.
적어도 미술에 한해서라면 그때 배운 것들이 도움이 되고 있다. 가끔 끄적거리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적어도 미술관에 가서 즐길 수는 있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러니까 클래식이다.
서양음악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판소리, 그 외의 산조 등등...
대학 음악시절에 국악반 학생들도 수강을 했기 때문에 국악도 조금은 접했다.
국악반 학생들이 음악회를 하면 찾아가기도 했고(물론 그 반대도 했다.)
근데 우리나라 고전음악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도 익숙해지는 것 같은데 어째서 클래식은 음악회에서는 분위기 좋다가, 내가 가끔 폼잡고 들으려고 하면 멀어지는가...
적어도 음악, 고전음악은 가요의 뿌리이기도 하니까, 그 과목을 수강하고 난 후 가요에도 익숙해지고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래서 요즘은 출근때 늘 듣는 cd 대신 오전 클래식 프로그램을 틀어놓는다.
적어도 출근길에 드라이브 한다는 기분으로 들으니 조금은 클래식에 미안한 감도 있지만,
하루에 한번 1악장 정도나 1곡 정도는 귀에 잘 들려온다.(아직까지는 익숙한 곡들이어서 그럴지도-엘가의 사랑의 인사나 주페의 경기병 서곡...차이코프스키의 1812년.서곡-차이코프스키는 잘 모르겠고-듣기는 며칠 전에 들은 적이 있다.- 주페의 경기병 서곡은 초등학교때 문제집에 딸려왔다.)이제 클래식과 친숙해지려고 시험해본지 1주일 조금 넘었다.
수험생 시절에 외치던 무조건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에서는 좀 벗어났다.
그 시대에는 하필 두 작곡가의 탄생 몇주년이었으니 아마 세뇌당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저녁에는 클래식을 틀어주지 않는다. 시간을 잘 맞추면 아마 8시에 하는 실황음악회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일도 해야하니까 실황음악회를 다시 듣는 건 무리.
아마 듣다가 뻗어버릴 것 같은 위기의식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제 목표는 꾸준한 글쓰기와(요즘은 잠을 자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서 오후에는 글을 쓰지 않지만.)그와 병행한 멋진 취미 만들기...(클래식음악 듣겠다는 건 속물의식이라기보다는 적어도 이 무지 상태를 벗어나 조금이라도 즐길 수 있는 걸 만들자는 생각에서...어차피 몸치 손치라서,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듣는 거나 쓰는 것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