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꽃대는
십자가에 박혀 내려뜨려진
신의 목을 닮았다.
꽃잎이 한겹 두겹
겹쳐진 모양새가
그 한잎 한잎이
서글프다.
꽃조차
우리를 위해서
목을 내리뜨리는데
우리는 우리를 위하여
무엇을 했는가.
꽃처럼 져가는 우리에게
우리는 꽃을 건넸던가.
꽃조차 우리를
불쌍히 여겨 목을 드리우는데
우리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꽃의 화신이라는
가부좌를 튼 신의 좌상.
신의 십자가를 모신 그곳에도
이미 평안은 없노라.
꽃조차 못한 우리에게
꽃잎이 한 잎 두 잎
꽃잎에 어린 물방울 떨어뜨리듯
자비를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