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입니다. 협조해주시죠.”
이준구는 아찔했다. 그 사건이 그냥 무마될리 없다고는 생각했지만...
서장측에 은밀히 사람을 보냈었고 했으니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도 생각했었다.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옛날에 적산가옥이었던 주택을 최근에 사들이셨지요?”
“...아직은 안 가보고 있습니다만...”
이준구는 최대한 발뺌을 하려고 노력했다. 길준이 가보고 싶다고 해서 세콤을 연결했고, 다른 가구들도 미리 넣어놓았다.
“그래요?”
노태운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보시죠. 이거 세콤에서 받아온 겁니다. 안 준다고 안 준다고 했지만 겨우 받아냈죠. 아마 당신네들 손이 좀 미치지 않았나 싶은데. 아시겠지만 사장님. 여긴 재벌도 탈탈 털리는 대한민국이에요. 당신네들 돈 좀 있다고 넘어갈 수...”
“거기 누구지?”
자기 방에서 꼼짝도 안 하고 있던 길준이 고개를 내밀었다. 노태운은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같이 온 형사들에게 뭐라고 속삭였다.
나머지들은 다소 불만에 찬 듯 했지만 자리를 떠났고, 노태운은 길준에게 말했다.
“함길준? 네가 왜 여기에 있냐.”
“...놀랄만한 우연인데.”
길준이 천천히 태운에게 다가왔다.
“네가 담당이군.”
“...네가 있는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신중할 걸 그랬군. 넌 여기에 무슨 상관이냐. 경찰도 때려치운 놈이. 탐정 노릇이라도 하는 거야?”
“......”
“경찰 때려치운 놈들이 지저분한 사건에 얽혀 있어서 나도 고생이다. 한 놈은 정치가에 한 놈은 탐정노릇에. 넌 대한민국에 탐정업이 적법하지 않다는 것도 모르냐. 한심한 놈.”
“...어떻게 생각하던지야 네 마음이지만?”
말꼬리를 올리면서 길준이 태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놈들은 멋대로 올라갔다 멋대로 추락사한 놈들이야. 총질도 자기들끼리 하다가 다친거고.”
“보고 말하는 것 같다?”
“탐정이니까.”
흥하고 노태운이 코웃음을 쳤다.
“내가 그냥 넘어갈 것 같냐?”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는 게 좋을 거야.”
길준이 노태운의 어깨를 탁 치면서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 간만에 생기 비슷한 것이 돌았다. 경찰직이 싫어서 그만둔 건 아닌만큼 옛 친구를 만난 것이 그에게 잠깐이나마 기운을 돋워준 것이리라. 다만 껄끄러운 일이 끼여서 그럴 뿐.
“왜?”
“이 일 골치아파. 앞으로 더한 일도 볼텐데, 기운을 미리 뺄 필욘 없지. 하지만 만약 이번 일로 이
사람들을 귀찮게 하면 더 귀찮은 일이 벌어질 걸.”
“협박이냐?”
“아니. 부탁이다.”
“...그렇잖아도 정의라는 놈이 이 일을 사적으로 부탁받았다고 들었는데...혹시 그거랑 연관되어 있는 거냐?”
“정의가 나선다면 경찰은 할 일이 없겠지.”
길준은 정의가 사람 이름인 줄 모르고 그냥 대답해버렸다.
“그렇단 말이지...네 녀석도 한패로군.”
노태운이 씩씩거렸다.
“좋아. 영장 받아오지. 네 녀석도 무슨 연관이 있는 것 같으니...”
“받아와서 영창에 가둬도 소용없을 걸. 난 정신병을 앓고 있어. 함부로 못 넣어.”
“...이...젠장!”
화를 내면서 노태운은 등을 돌렸다.
“언젠가는 네놈들 셋 다 엮어서 영창에 넣어주마! 기억해! 절대로 그냥 두지 않을테니까.”
그때 초인종이 울리면서 은미가 말했다.
“이준구 사장님. 지윤씨가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