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냄새에 지윤이 깨어났다. 부탄가스를 꺼놓지 않았던 것일까?

잠시 그는 의문을 던졌지만, 이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나무 타는 냄새였다.

좀 이르긴 했지만, 걱정했던 일이 터진 것이었다.

옆에 있던 형을 깨우려고 손을 내민 순간, 형이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말하지 말고, 그냥 따라와. 천천히...”

 

형은 이불을 걷고는 평소 그냥 체중을 받쳐주는 밑판이라고 생각했던 나무판을 힘주어 밀었다.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그 판은 열렸다. 두 사람은 그 사이로 사라졌다.

 

불을 지른 심부름 센터 사람들은 산장이 불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 나오면 칼로 찌르거나 총으로 쏴버리면 그만일 것이기에.

 

“형...”

 

어둠속에서 지윤이 그를 부르자 털보는 조용히 대답했다.

 

“세상이 더럽다는 건 그만두면서 잘 알게 되었었는데, 확인까지 하게 되는군. 이걸 가르켜서 확인사살이라고 하는 거겠지.”

 

“...형...미안해요.”

 

“아니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어. 네가 아니었으면 더 빨리 죽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이제 어디로 가죠?”

 

“이건 비밀통로야. 옛날 영화 좋아하던 어머니와 아버지 취향대로 잘 만들어졌지. 이 길을 쭉 따라가다보면...영릉시의 옛 간이역 바로 옆에 도착하게 되어 있어.”

 

그리고 털보는 지윤이 바지 여기저기를 뒤집어보는 것을 보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도망자치고는 초짜구나. 너는.”

 

“...예?”

 

“신부님이니까, 아니 이젠 신부가 아닌가? 이런 일에는 익숙할거라고 생각했는데...스마트폰 찾고 있었지?”

 

“아...”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휴대폰이 시계를 대신하면서 휴대폰을 들고 다니다가 그게 스마트폰으로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첨단세상일수록 갇히기 쉬운 법이지. 미리 양해를 못 구한 건 사실이지만, 저치들이 불을 지를 때 일부러 버려놓고 왔다. 아마 지금쯤 불에 잘 타서 노릇노릇해져 있을 거야.”

 

“형!”

 

“로만칼라를 버릴 때는 그만한 각오도 있었겠지? 다행히 돈은 가지고 왔으니까 이제 그 부자 친구나 찾아보자. 이젠 답이 없으니 말이야...이젠 모른다는 거짓말은 안 하겠지?”

 

“......”

 

“하지만 그 친구한테 금괴 일부를 좀 떼어줄 수 밖에 없겠지. 그 친구도 지금쯤은 알아차릴지도 모르고 말이야...”

 

“형...”

 

그들은 영릉시에 도착했고, 지윤이 그 저택을 나오면서 기억했던 대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정확히 4시간 후, 그들은 그들을 받아줄지 받아줄지 않을 지 모르는 길준의 저택앞에 서 있었다. 실제로 길준은 그때 그들을 받아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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