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률은 몇몇 심부름 센터 사람들에게 지윤의 행방을 찾게 했다. 위치추적장치를 사용한 끝에 지윤과 털보의 위치를 알아낸 병률은 이렇게 말했다.
“텔레비젼에 나와도 좋아요. 시체가 있었던 흔적마저 없애버려.”
10개가 넘는 심부름센터 사람들이 그 산장으로 향했고, 병률은 당의 새로운 당수에게 갑자기 호출되었다. 그것도 당수의 사무실로.
당수의 사무실은 그가 짐작했던 것처럼 호화롭진 않았다.
책상 3개. 그리고 물 2잔이 그 중 한 책상에 놓여 있었다.
초록색 천을 깐 그 책상은 그에겐 다소 촌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당수의 존재감만으로도 그 촌스러움은 상쇄되었다. 그만큼 병률은 압박감을 느꼈다.
“자네가 병률인가?”
병률을 무시했던 그들과는 달리, 당수의 목소리는 온화했다.
“경찰이었었다고.”
“......”
병률은 입을 꽉 다물었다.
“내가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
“예전에 부친을 한번 뵌 적이 있는데...”
“그분은 제 아버지가 아닙니다.”
병률이 쏘아붙이듯 말했다. 이미 그가 저지른 일들을 알고 부른 것이라는 건 그도 알고, 당수도 알고 있었다.
“아니, 난 말을 다 하지 않았네, 내 말은 다 들어보고 이야길 해야지.”
“...금괴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거라면...”
“자넨 자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 나도 들어서 알고 있네. 금괴라면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자네가 그 말을 꺼낸 이상, 거기에 대해서도 이야길 해야겠지.
자넨 왜 이런 일들을 하나?“
뭉뚝한 말이었지만 뼈아픈 이야기기도 했다. 그만큼 병률이 저지른 일들은 비효율적이었다.
이미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당에 따로 보고 되고 있을 정도이니만큼.
그는 지금껏 자신의 악행을 다 보고한 거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저는...”
“출세하고 싶은가?”
“......”
“아니면, 돈을 많이 벌고 싶은가. 명예가 소중한가? 아니면...잃어버린 것에 대한 보충의식인가.”
잃어버린 것.
그말에 병률이 크게 움찔했다.
“전에 이야긴 들었네. 모 의원의 변태적 행위로 인해서 상처가 크다고 들었어.”
뭉뚱그려 이야기하면서 당수는 의뭉스럽게 이야길 시작했다.
“그에 대한 복수인가? 그 여자를 잊지 못하는 것 같더군. 하지만 자넨 부인 또한 아끼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어. 자네 부인이 그 여자에 대해서 알면 뭐라고 할까...그리고 자네가 친구를 병원으로 몰아넣은 것도...다행히 그 사실을 아는 의원은 오늘 죽었지.”
그말에 병률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네?”
“자네 복수를 우리가 대신 해 준것이지. 둘 다 오늘 죽었네. 아직 사망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어.”
“......”
“우린 자네가 필요하네.”
당수가 책상에 놓인 물을 마셨다.
“절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아니. 자네도 내가 필요하겠지. 난 날 위해서가 아니라 당을 위해서 그 자금이 꼭 필요하네.”
“그렇다면...”
“자네도 이미 자네와 나의 대화가 녹취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다른 대화와 마찬가지로... 우리 당은 꼭 그 보물들이 필요하네, 찾아줄 수 있겠나? 본래 그건 나라의 것이니 나라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이 합당할 걸세. 그렇지 않다면...난 자네를 여러 건의 범죄행위로 경찰에 보낼 수 밖에...”
“알겠습니다.”
병률이 잘라 말했다.
“저도 나라를 위해서 뭔갈 해야겠죠. 하지만 그렇게 해서 제게 돌아오는 건 뭡니까?”
“...촌스럽긴. 꼭 그말을 내가 해야겠나?”
당수가 의뭉스럽게 말했다.
“그 댓가는 앞으로 자네가 멋지게 누리게 될 생활일 것일세. 자넨 생각지도 못할 일들일거야...”
“......”
“난 두 의원이 죽었다고 했지. 다 죽었다고는 안 했네.”
그 말에 병률의 얼굴 근육이 꿈틀거렸다.
“만약 자네가 우리 당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난 슬프지만...최악의 선택을 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