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최초의 인간이야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마지막 인간이야
세상은 멸망했어.
아무도 노래 부르지 않고
아무도 그림그리지 않고
아무도 글을 쓰지 않아서
어린 시절
어른들이 그랬지.
그거가지고 살 수 있겠니?
사는 건 전부 다야.
나한텐 이게 전부였지.
어느 날
만화에서 보듯이
외계인들이 우릴 모두 죽였어.
왜 죽였을까.
그건 몰랐지만
난 기타 리프를 튕기다가
부활했어.
좀비라고 해도 좋아
난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음악을
다시 쳐보고 싶었어.
그래서 좀비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난 지구에서 기타를 튕굴 줄 아는
처음이자 마지막 인간이지.
CD 가게에 들어가서 아무도 사지 않는
마이클 잭슨과 커트 코베인과 제 8극장의 음반을 사.
그리고 머리를 흔들면서 기타를 튕기지.
가끔은 DVD를 틀어놓고 밥 아저씨의 말을 따라 유화를 그리기도 해.
나한테는 시간이 많으니까 할 일도 많지.
마지막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로
이만한 일이 어디 있겠어?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찾아보라는 누군가의 말에
난 대답했지.
죽으면 될거야. 아마. 죽으면.
그래서 난 좀비가 되었어.
-----------------------------------------------------------------------------------
제목은 역시 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의 패러디입니다.
마이클 잭슨이나 커트 코베인은 제 학창시절 가장 유명한 가수들이었죠.
밥 아저씨도 마찬가지고...
보통은 제가 시를 쓸 때는 흥에 겨워서 쓸 때가 많은데, 이 시는 중간까지 템포가 느리다가
중간부분부터 조금 흥이 나서 써봤습니다.
흥에 겨워서 쓴다고 다 잘 써지는 건 아닌데...어쨌거나 저로서는 처음 시도해 본 내용이네요.
아마 웜 바디인지 뭔지 하는 그 영화 영향도 있을...지도?(한 10분 보다 껐으니...)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을 듣고 썼습니다.(그러고보니 이쪽도 붕가붕가 레코드와 연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