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천천히 주택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저택. 그리고 그 저택에서 벌어진 사고. 그와 관련된 사건은 형사계로 넘어갔다. 하지만 특별한 배려로 정의도 그 사건에 대해서는 얻어들은 정보가 있었다.

다만 의아한 것은 어째서 자신인가? 하는 것이었다.

 

“뭘 두리번거려?”

 

형사계에 있는 노태운이 그의 등을 툭 쳤다.

 

“아니오.”

 

“이상도 하지?”

 

노태운의 말에 정의가 순간 긴장했다. 유약한 그의 성품은 항상 긴장감이 주어질 때마다 떨리곤

했다.

 

“예?”

 

“흥신소 직원놈들이 본래 그렇게 나쁜 놈들인지 아닌지 우린 모르지. 하지만 이 부근의 저택은 이거 하나하고 나머지 고택들이 전부 다야. 총알을 맞았다면 숲에서 쏘진 않았을테니까-시야가 가려지니까 밤시간대에 함부로 쏘진 못했을 테고- 저택 침입을 하다가 맞았다고 볼 수도 있겠지. 근데 이 탄피.”

 

흥신소 직원이 갖고 있었다던 그 탄피의 조각과 비슷한 금속판을 꺼내면서 태운이 말했다.

 

“총알이 아니야.”

 

“......”

 

그런 건 정의도 알고 있었다. 탄피.라기엔 좀 가볍다.

 

“모의권총인거죠. 그건 밝혀진 사실이잖아요.”

 

“모의권총을 왜 쐈을까?”

 

“...이 탄피의 흔적은.”

 

노태운이 후배에게 강의를 하듯이 정의에게 탄피를 건네주며 설명을 했다.

 

“관통상은 상대방이 쏜거야. 그나마 위력이 약해져 있었지. 아마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을테고. 그 외에 서에 끌려온 놈들의 상처는 주로 얼굴, 팔, 목 등이었지. 자잘하게 긁힌 흔적과 화약으로 인한 경미한 화상 등은 권총에 다소의 개조를 통해서 이 놈들이 다른 놈을 쏘려다가 자기들이 그 덫에 빠졌다는 걸 의미하는 거야.”

 

“......”

 

정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자신이 다 알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실제 사건에 부딪히자 자신의 머리만으로는 도저히 따라가는게 힘들 것 같았다.

 

“좀 웃기지?”

 

태운이 정의의 어깨에 손을 턱 올렸다.

 

“그럼 그 다음 문제.”

 

“......”

 

“고택, 아무도 살지 않는 저택에 누군가가 침입했다면 그 저택에 금품이 있다거나, 매우 나쁜 버릇이지만-사건 의뢰주가 있어서 그 의뢰를 실패했을 때 무마하려고 살인을 의도했다거나.-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그 놈들의 말에 신뢰성은 없다고 봐.”

 

“금품이...”

 

“금품을 단순히 노렸다면 그 놈들은 어떤 경로를 선택했을까? 말해보시죠. 송정의씨.”

 

노태운의 질문에 정의는 천천히 손가락을 구부렸다. 하나, 둘 , 셋.

 

“사람이 많은 곳을 선택했겠죠. 아니면 자신들이 익숙히 잘 아는 사람의 집이거나. 그런 거라면 이미 흥신소와 그 사람의 관계가 밀접했을 수...”

 

“그렇다면 이 고택들이 있는 곳에서 어느 집일까?”

 

“...잘 모르겠습니다.”

 

정의는 고개를 떨궜다. 아무래도 자신을 생각해서 소개해줬던 병률에게 큰 죄를 짓는 것 같았다.

 

“쓰지 않는 저택이라고 그 놈들은 말했지만.그 중 단시간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건물이지. 즉 가장 최근의 저택. 바로 저어어어어쪽에 있는 건물.”

 

그 건물은 삼층으로 지어진 일제시대에 가장 부자가 살았다던 별장이었다.

 

노태운이 말했다.

 

“아마, 금품이 있다면 세콤장치를 했을 거야. 그리고 사건이 끝난 직후 세콤기계들은 완전 철거를 마쳤고, 서류상에도 말소되었겠지.”

 

“그건!”

 

정의의 외침에 노태운이 말했다.

 

“난 아주 불쾌해.”

 

“예?”

 

“너한테 이 일을 맡긴 그 놈이 굉장히 불쾌해.”

 

“그놈이라면...”

 

“세콤장치, 금품강도, 추락사,모의 권총 자동폭발...”

 

노태운이 또박또박하게 읊었다. 그 표정에는 냉소와 짜증이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놈은 모든 걸 말소하고 우리 경찰들에게 쓰레기 정리를 맡긴 거야. 사건 파악? 보고? 정리? 엿먹을 자식!”

 

그 짜증을 그대로 담배 필터를 우그러 뜨리는 것으로 표현하면서 노태운은 나직이 말했다.

 

“지금이라도 도와주겠다던 그 약속을 그만둬. 정의. 네 성격에 맞지 않는 일이야. 진짜 정의는 종이에 적힌 글씨에만 존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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