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아이를 낳으면 그에 맞는 액수의 돈을 준다고 했던만큼 그녀의 남편과 아내는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하루는 결국 일본에 돌아가기로 했다.

그녀는 그에 맞는 기모노도 새로 맞췄다.

 

 

“기모노를 입고 돌아갈 거야?”

 

 

내 말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향에 돌아가는 거니까...거기서 아버지 무덤에 성묘도 하고...”

 

 

“......”

 

 

“아까 전에 보여준 무덤.”

 

 

하루가 말했다.

 

 

“아기 무덤이지?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서 죽어버렸겠지...외로울거야. 저 아이는...”

 

 

“......”

 

 

기모노로 온몸을 갑옷처럼 감싼 그녀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단순한 옷차림으로 간극을 없앴던 그녀가 아니었다.

아이를 낳으면서 그녀는 조금 바뀌었다. 아니, 많이 바뀌었다.

 

 

“일본으로 돌아가면...”

 

 

그녀가 조금 힘을 들여서 말한다.

 

 

“내가 일본으로 돌아가면...꽃무덤에 꽃을 잔뜩 얹어줘. 혼자니까 외로울 거야.”

 

 

“하루...”

 

 

“세미, 세미도 외롭잖아. 외로울 때는 ...”

 

 

그녀가 천천히 내 손을 잡았다.

 

 

“하루, 하루도 돌아가면 외롭잖아.”

 

 

“이젠 외롭지 않아.”

 

 

그녀가 방긋 웃었다.

 

 

“그냥 외롭다고 생각만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았으니까...돌아가면 다자이 오사무 시비에 앵두라도 공양할 거니까...”

 

 

“하루...”

 

 

“세미. 외로우면...여름에 세미들이 우는 소리를 들어봐. 세미 시구레...하면 가끔은 덜 외로울거야. 세미도 매미잖아...”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그녀의 남편이었던 남자와 아내는 또 다른 여자를 데려왔다.

그들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하루가 낳은 아이가 그들의 아이였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다들 알면서도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다들 하루를 곧 잊어버렸지만 난 잊지 못했다.

여름날, 살짝 맞닿은 입술의 감촉에 나는 점점 더 외로워진다.

하지만 괜찮으리라.

곧 매미들이 울 것이고, 그럼 난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녀도 돌아가, 그렇게 좋아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묘비에 앵두를 공양하고 있을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앵두를 좋아해서 그의 무덤에 앵두를 공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왜 그녀를 그때 붙잡지 않았을까...하는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는 여름에 우는 세미일뿐이고, 그녀는 하루(봄)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