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게 아기를 낳게 하기 위해서 그녀의 남편과 그 아내는 온갖 회유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는 점점 힘들어했고, 힘들어할 때마다 나를 찾아왔다.

 

 

“세미.”

 

 

기왕 아이를 낳는다면 어차피 누구 아이인지 상관없지 않은가?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

 

 

“기왕 아이를 낳는 거라면...”

 

 

힘들게 하루가 입을 뗐다.

 

 

“그 아이가 세미 아이면 좋겠어.”

 

 

“넌 남편이 있잖아.”

 

 

내가 하루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 걸 무서워한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을까?

사람과의 접촉을 거의 하지 않는 내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고?

 

 

“그 사람...”

 

 

하루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무서워.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나는 내 아인지 아닌지 모르는, 아버지도 모르는 그런 아이는 낳을 수 없어. 바라지 않아.”

 

 

“...하루...”

 

 

일본으로 돌아가봤자 가족은 아무도 없다.

그 외로움이 싫어서, 하루는 종교에 빠졌다.

그리고 아버지를 닮은 남자를 남편으로 삼기로 하고 그 종교 지도자가 허락한 그와 결혼하기로 했었다.

 

 

“아이를 낳으면 돌아가도 된다고 했어.”

 

 

“하루...”

 

 

하루의 가벼운 몸이 내게 의지해온다.

나는 기대어오는 그녀의 몸을 잡으며 그녀의 얇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입술에서는 차가움만 느껴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슬며시 그녀를 밀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녀가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로움에 지쳐 자신의 난소를 이용한 아이인지 아닌지도 모른채, 병원의 힘을 빌려 임신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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