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그녀는 내가 옆에 있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이거 이름이 뭐야?”

 

아, 일본하고 우리나라는 무덤 모양이 다른가? 난 한번도 일본에 가지 않아서 잘 모른다.

납골당에 데려갔으면 이해는 더 빨랐겠지만 그건 이 무덤 주인에게 미안한 노릇이다.

 

“...무덤이야.”

 

“무덤 이름이 뭐야?”

 

그녀의 말에 난 잠시 침묵했다. 그래. 무덤에 이름이 없을 리가 없지. 있을 거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꽃무덤...”

 

“그럼 공양을 꽃으로 해야겠네. 다자이 오사무처럼...”

 

“...그래...”

 

은빛 선이 어깨부터 발끝까지 내려오는 천을 일직선으로 가르고, 옅은 청색이 점점이 박힌 기모노. 화려하게는 보일 수 있어도 그다지 기품있어 보이진 않는다.

 

“그럼 꽃은 뭐로 해야 하지? 아, 난 참 귀국하지...그럼...안되겠다.”

 

그녀는 살짝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놓진 않았지만 그녀가 눈치챌 수 있을만큼 살짝 손가락을 쥐었다.

 

“세미 시구레 할때쯤이면...”

 

“여름...여름 꽃무덤이구나...기왕이면 봄이면 좋았을 걸...”

 

“봄이라도 상관없을 거야...꽃무덤이니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따스한 봄바람.

그리고 마치 일부러 그런것처럼 벚꽃잎이 무덤에 톡 하고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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