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해왔다.”

 

 

털보의 말에 지윤은 아궁이에 꺼져가려는 불씨를 가늠했다. 나무가 잘 말라있으면 차주전자 하나쯤은 끓일 수 있으리라. 아직도 그들은 형과 자기를 감시하고 있을 터였다.

돌아가면 죽지는 않더라도 소문 하나 내지 않고 감금될 수도 있을 터였다.

이게 다 눈치없는 형 때문이다. 라고 생각은 하긴 했지만 형이 없었더라면 자신은 답이 안 나오는 현실에 절망하고 말았으리라.

두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았다. 병률과 길준.

그 두사람이 지향하는 것은 달랐지만 자신 위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신문도 갖고 오셨네요.”

 

 

지윤이 힐끗 돌아보면서 말했다.

 

 

“음. 연합통신이지. 넌 대부분의 신문기사들이 연합통신에서 나온다는 건 알고 있겠지? 이 친구들이 쓴 걸 보면 그날 그날의 중심을 알 수 있지.”

 

 

“형, 죽을지 어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직 그걸 읽을 만한 배짱이 있군요. 형다워요. 내가 그래서 형을 좋아하지만.”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다.”

 

 

털보는 지윤에게 나무를 넘기고는 의자에 앉아 그날치 통신을 읽었다.

 

 

“주가는 상승세. 얼마 전 사람이 없는 주택을 털려다가 총알에 관통당해 다친 흥신소 직원 몇 명이 발견...그 당시 약제를 투여받았는지 기억이 없음...경찰은 마약상습투약여부를 조사중.”

 

 

“......”

 

 

지윤은 세상사에 염증이 났다. 이기적이기로 따지자면 병률이나 길준이나 다 똑같았다.

그걸 해결해보려고 잠깐 나왔더니 병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덤벼들었고...

이젠 신부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닌 듯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요. 흥신소 직원?”

 

 

“어, 그렇다만?”

 

 

“형, 혹시 형 가게 부근에 왔던 사람들하고 관련은 없을까요?”

 

 

“아서라. 아무리 세상이 막나가도...그럴 수도 있겠군.”

 

 

털보는 아궁이에 나무를 넣으면서 불꽃을 지그시 응시했다.

 

 

“상대는 보통 상대가 아니었군. 그렇다면 이젠...”

 

 

털보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뒤적거리더니 아궁이속에 휙 하고 던져넣었다.

 

 

“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형?”

 

 

“이젠 진지하게 싸워야겠다. 이젠 맨 몸 하나가지고는 싸울 수 없어. 그리고 너와 내 힘만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면...”

 

 

“역시 그 남자를 만나러 가는 건가요?”

 

 

“음...어쩔 수 없겠지. 넌 일부러 거길 나왔지만.”

 

“아니오.”

 

 

지윤은 항상 옆에 두던 로만 칼라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형이 뭔가를 집어넣은 그곳에 그 옷을 집어넣었다.

 

 

“전 이제 신부로 살지 않겠습니다. 기왕 뛰어든 거 흙탕물도 백비탕도 다 마셔버릴 각오로 뛰어들겠습니다. 형한테만 폐를 끼칠 순 없죠.”

 

 

“그래?”

 

 

털보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 아궁이 옆에 있던 부젓가락으로 집어넣었던 것을 꺼내들었다.

 

 

“그럼, 이제 진짜로 이야기해볼 수 있겠군. 고맙다. 지윤아.”

 

 

지윤은 눈앞에 있는 그 무언가에 글자가 잔뜩 새겨져있는 것을 보았다.

 

 

“이것만 있으면 우린 무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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