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은 조용하게 치러졌다. 길준은 말도 하지 않고,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 흰 여인은 길준의 모친이었다. 비밀스럽게 왕진을 왔던 의사는 마약으로 인해서 온 전신이 굳어갔거나 정신이 나간 상태였을텐데 어떻게 움직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인의 뼈는 화장되어 조그만 상자에 보관되었다.

 

“어디서 데려온 겁니까.”

 

장례식이 끝난 후, 길준은 사망신고를 미뤄가면서 이준구를 추궁했다.

 

“어디서, 어떻게 찾아온 겁니까.”

 

이미 실종처리가 되어 있는 길준이니만큼. 그렇기에 사망신고를 하기 위해서 전면으로 나설 순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일찍 데려왔으면...”

 

길준은 조금 후회하는 것 같아 보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놈의 꼬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길준의 말에 준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진심이십니까?”

 

“농담같습니까?”

 

길준이 조용히 말했다.

 

“꼬인 일처리를 하기 위해서 조금만 더 슬픈 척 해볼까요? 위선으로 도배를 해서 당신의 어깨를 빌릴까요?”

 

“.....허...”

 

가족이 최우선이었던 준구와는 달리 길준은 한발 더 나갔다.

 

“이제 정해졌습니다. 이사장은 당신이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관리 책임자로서 내 어머니의 사망신고는 당신이...합니다. 물론 사망일자, 사망당시 상태도 모두 변경해서요.”

 

“.....”

 

“그리고 내게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어머니를 어디서 데려왔는지...그리고 이 상태로 만들어놨던 놈이 그 놈인지 아닌지. 당신이 모른다면 당신이 데려왔던 그 친구들한테서 들어야겠지요. 어디서 데려온 겁니까.”

 

“실은....”

 

그렇게 또 다시 인생의 꼬임매는 더욱 더 엇갈리며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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