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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는 가게 문을 닫고 지윤과 함께 예전 아버지가 사용하던 산장으로 피신했다.

옛날에 쓰던 산장이라, 여기저기 거미줄에 곧 허물어질 듯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가끔 들르는 손님이 있어 그런가, 생각보다는 상태가 양호했다.

 

“......”

 

털보는 충격을 많이 받은 듯 했다.

부자며, 동생이며...왜 다들 그의 이해 한계선밖에 있는지 이해를 전혀 못하는 모습이었다.

 

“형...”

 

기껏 코펠에 라면이나 끓여서 먹을 정도의 정신만 있는 그를 보면서 지윤은 답답해졌다.

 

“형이라고 부르지도 마라...내 일생 이런 헛짓거리를...”

 

“어쩔 수 없었잖아요...”

 

“어쩔 수 없어? 내 머리를 탓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저널리스트 하던 놈이 백수로 몇 년 놀더니

적한테 선수를 빼앗기다니...”

 

“.....”

 

그 적이라는 개념이라는 게 아마 금괴를 말하는 것이리라.

지윤은 금괴에는 별 관심은 없었지만, 형의 집착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질문했다.

 

“형은 금괴 금괴 그러는데 진짜 아버지가 금괴를 가졌다고 생각해요?”

 

“물론이지. 증거도 있어.”

 

“뭔데요?”

 

“말 안하련다.”

 

하긴 금괴를 가지고 있었다면 부자에게 그렇게 큰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고, 사는 것도 으리으리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의 스케일에 어울리게.

 

“왜요?”

 

“말해봤자 소용없으니까.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거니까 니들하고는 상관없기도 하고.”

 

“...소엄마가 아버지한테서 선물받았던 거군요.”

 

“말을 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

 

선물이라...아버지의 비비꼬인 성격상 틀림없이 장난으로 만든 위조품인게 틀림없었다.

기자인 그녀답게 바로 나서지 못했던 건 아들을 낳고나서 몇 년 안되어서 죽었기 때문이리라.

 

“형은 부자가 되는 게 좋아요?”

 

“...글쎄다.”

 

“그런데 왜 금괴에 그렇게 집착을 해요?”

 

“그걸 꼭 일일이 설명해야 알아듣니?”

 

털보가 순간적으로 버럭거렸다.

 

“어머니 유품이란 말이다. 내 직업하고 금괴하고. 난 한 개만 있어도 족한 물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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