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는 지윤이 치료를 해달라며 보내준 노파를 보았다.
길준에게 이야기했지만 길준은 알아서 하라면서 만나는 걸 거절했다. 노파가 어떤 사람이건 자기하고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의사를 불렀지만 의사의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누가 이 노인에게 마약을 투약한 모양입니다. 그것도 굉장한 양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까지 숨이 붙어 있군요...뭔가 간절히 바라는 거라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자식이 보고 싶은게 아닐까...준구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도 가족과 떨어져 있지 않은가.
노모는 아직도 자신이 보고 싶은지 찾는다는 소식을 얼핏 들었었다.
그래서 그는 의사가 간 후 노인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두근.
노인의 손에서 맥이 느껴졌다.
두근.
“어머니...”
준구는 가만히 불러보았다. 노인의 눈이 잠시 떨리는 것 같았다.
두근.
맥이 느껴지는만큼 준구의 마음도 떨렸다. 왜 자신은 길준의 말 때문에 가족을 만날 수 없는 것일까. 길준의 역할을 대신 하기 위해서 자신은 여기 있었다.
물론 애초에 길준에게 이야기했었지만.
언제까지 그에게 어깨를 빌려주겠다고 이야기했지만.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은 그에게 형벌이었다.
“어머니...”
준구는 다시 나직하게 노인을 불렀다. 이 노인을 보면서 자신은 노모가 너무 보고 싶었다.
아마, 만약 자신이 길준의 곁을 떠난다면 그건 가족때문이리라.
파산상태였기 때문에 떠나온 가족이었지만, 그 사태가 해결된 후였으니 이젠 만나도 되리라. 단 한번이라도, 잠깐만이라도 노모를 만나고 싶었다.
그는 노인의 손을 꼭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