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네요. 형.”
지윤은 형이 낙심해져 엎어져 있는 걸 처음 보았다. 그의 일생에 포기, 실패란 단어는 없었다. 객관적인 실패는 있어도 주관적인 실패는 단 한번도 없었다.
“한놈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형, 그 정도 장난같은 문구로...”
지윤은 말을 더 잇지 않았다.
“젠장.”
형이 식탁에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한놈도 안 움직였어. 젠장할. 삼천원은 돈도 아닌가!”
“형한테는 큰돈이겠지만 요즘 시대에는...”
“한놈도 안 오다니...”
다시 고개를 파묻고 중얼거리는 그가 딱했다. 사실 한 명이 오기는 왔다. 하지만...
[여기 있었습니까. 신부님.]
이준구는 약간 벗어진 머리에 몇가닥 없는 머리칼을 뒤로 넘겼다.
[네. 거기는 제게...]
[그 광고문하고 신부님이 관계가 있는지는 몰랐군요. 길준씨를 찾는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
까?]
[아니...뭐.]
이준구의 눈에 측은함이 서렸다.
[신부님.]
[네.]
[일반 신자가 신부를 불쌍하게 여길 날이 오는지는 몰랐군요. 아직도 신부님을 쫓는 그 사람이 여기에 들어오지 못할 이유가 없을 텐데요.]
[아마...안 올 겁니다. 여기는]
[길준씨가 흥미를 보일 정도면 당신 형도 곧 여기를 찾아올겁니다. 다시 위험해지는거죠. 커피물에 대해서 아는 건 당신 형제들이니.]
[위험하다니 말입니다만.]
지윤은 준구에게 말했다.
[진짜 위험한 분은 따로 있습니다.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지윤은 이준구를 데리고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노인이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전 괜찮으니까 이 분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