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는 오래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1년간 집을 비웠던 것이 거짓말같았다.

남편은 정당 건으로 항상 바쁘고, 돌아와도 술에 취해 있었다.

그녀도 정치인의 아내로 그와 함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무실로, 거리로, 그리고 유권자들이 있는 곳으로 인사를 나갔다.

오늘은 커피 강습소가 있는 곳으로 인사를 나갔다. 정치인의 아내가 되기 전 카페에서 서빙을 했었기에 커피는 좀 친숙했다.

 

 

“어서 오세요. 사모님.”

 

 

어느새 윤희씨. 가 사.모.님. 으로 변한 것일까. 그녀는 그 변화를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강습소의 어린 학생들과 어머니들은 그녀에게 아는 체를 하며 반겨주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 잔 하고 가세요. 예가체프가 좋은 게 들어왔어요.”

 

 

“아, 감사합니다.”

 

 

무조건 거절하기보다는 호의를 받아들이자. 정치인의 아내도 정치인. 이라며 신신당부하던 보좌관의 말도 있었기에 그녀는 커피를 한 잔 받아 마셨다.

보좌관의 말에 따르면 정치인이 될 그릇은 남편보다는 그녀가 더 낫다고 했다.

물론 그말을 한 본인도 말을 한 후 이내 후회했고, 윤희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을 일이었다.

옛날의 병률이었다면 그런 말은 들어도 모른척 했거나 그냥 웃어넘겼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병률은 달랐다. 알게 모르게 날카로웠다. 아내인 그녀조차 조심할 정도로.

다행히 병률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여기, 코피 루왁도 있는데, 한잔 시음...”

 

 

갑자기 요란스런 웃음소리가 터져나와, 커피 강습소는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었다.

 

 

“아니, 의원님 사모님이 오셨는데...”

 

 

선생님의 자상하지만 난처한 말에 학생 하나가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 이건 커피에 관한 건데요...”

 

 

“3천원을 준데요. 커피에 데인 화상 자국만 있으면.”

 

 

"왜 그 말은 빼먹어. 커피에 데여 죽은 사람 이야기도 하면 준댔잖아..."

 

“3천원이면 교통비가 더 들겠네. 여기서 거기까지.”

 

 

“아니 매일매일 준데요...근데...”

 

 

“문을 닫았데요.”

 

 

어느 누구의 말에 의해서 그 우스꽝스런 이야기는 끝이 났다.

 

윤희는 빙긋 웃었다.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윤희는 이내 남편을 돌아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병률이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표시를 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조심하면서 그들에게 물었다.

 

 

“어...디...였습니까. 그 장소가...”

 

 

하지만 그가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수강생 중 한명이 그 기사를 잘라 그에게 주었고, 그는 모든 행사를 취소한 후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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