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 사건을 조사하면서 의문점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그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전설을 그토록 잘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내부에 내통자가 있었...겠지?”

 

황녀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황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우선은 그 붉은 끈부터 처리해야 했지요.”

 

나는 황녀에게 실제 가져온 끈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들 수 없는 이상한 끈이었다. 마도 아니고 면도 아니고...짚은 더더군다나 아니었다.

 

“질긴 끈이구나. 이걸 끊으려면 불로 끊어야겠는걸?”

 

“영명하신 말씀.”

 

“근데 그 자가 천녀전설을 이용한 건 알겠는데, 간은 왜 빼간거야? 여우도 아니잖아.”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직 미결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 외국인 선교사는

쫓겨갔지만 말입니다.”

 

“그대는 쫓겨난 건 어떻게 알았어?”

 

“쫓겨갔다기보다는 스스로 때가 되어 떠났다고 보는 게 맞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자가 환술을 잘 쓴다는 건 황녀에게 설명했지만 다 설명하지 않은 게 있었다.

그 날 제단에 바쳐진 자들은 연인사이였다.

어차피 그 제사가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마음 놓고 있었다.

수상한 자가 간을 빼고 다닌다는 이야기는 얼추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신성한 제사에 그 자가 침노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유랑안에서는 늘 하던 대로 해안가 절벽에 두 연인을 세워놓았다. 그리고 향을 태워 바다 조수간만의 차를 조정하는 선녀에게 신관의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그때 그 외국인 선교사가 환술을 부렸다.

 

신관과 다른 주민들은 그를 순간적으로 선녀로 보았다. 두 연인은 아닌 것이 너무 분명했기에 칼을 들고 다가오는 선교사를 향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때 그 소리에 놀란 산짐승들이 소란을 피웠다. 환술이 순간적으로 깨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자는 다시 환술을 펼쳤고, 우선 칼을 버리고 붉은 끈으로 두 사람을 묶은 채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배 한척.

우리나라식이 아니라 그 선교사 나라의 법칙에 따라 만든 배.

양이선.

그 배에서 붉은 끈이 내려와 있었다. 선교사는 그 끈을 붙잡고 올라가면서 그 두 연인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여자는 혀를 깨물었다. 그리고 그 혀를 삼킨 채 사망했다.

 

환술에 당하지 않은 남자는 연인의 죽음에 분노했다. 그리고 시체나마 그들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서 연인의 배를 갈라 간을 아래로 던졌다.

그리고, 그 끈을 잡고 힘껏 발을 구른 후 위쪽에 있는 선교사를 향해서 칼을 던졌다.

 

“그래서? 그럼 그 남자는 살아있구나.”

 

“죽었습니다.”

 

“어째서, 그대가 그 이야기를 그렇게 잘 알면서...”

 

“그 시체를 찾지는 못했습니다만 예측은 가능했죠. 선교사는 위에서 아래로 화승총을 쏘았습니다. 불로 태우는 총이라 끈의 일부가 잘려나갔고, 그대로 남자는 끈과 함께 바다로 떨어졌습니다.”

 

“...바다니 찾기 어렵겠네.”

 

“끈과 시체는 찾았습니다. 하지만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게 되었죠. 그래도 일부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한 후 팔짱을 끼고 황녀를 바라보았다.

 

“만약 선녀가 정말로 있다면 그 선녀는 이번에 허탕친 것이 되겠지요. 아니면 그 외국인들이 과거에 와서 한 행동이 전설이었다면, 유랑안 사람들은 이번일로 깨닫는 일이 있을 겁니다. 그렇잖아도 남부 외국인들에게서 무역을 허락해달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때 불길한 뿔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시끌시끌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황태자 저하와 제 6황자께서 중태시오. 곧 돌아가실 것 같으니 의관은 어서...”

 

백화 황녀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랑안으로 가기 전, 그 선교사와 만났던 6황자가 예상했던 대로 죽임을 당한 것이었다.

사냥터에서의 죽음은 작정하고 죽인 거나 마찬가지였다. 백화 공주는 천천히 입을 뗐다.

 

“어쩌면 그대가 말한...”

 

“...네?”

 

“내통자는 저 둘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는데?”

 

아니다.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황녀에게도 말했다.

 

“심증일 뿐입니다. 단지 공교롭게도 황녀님께 말씀드린 시간과 비슷했을 뿐입니다.”

 

이모저모 찝찝한 미결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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