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타고 선녀가 내려온다.
달이 실을 드리우면 그 끝을 사뿐 밟아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미축.”
밟아 내려온 선녀는 지상에 있는 선남선녀를 골라 그 발 끝에 붉은 실을 꿰어 하늘로 데려간다.
“미축~!”
“아.네. 황녀님.”
나는 황제폐하의 막내 황녀를 내려보았다. 얼굴이 지나치게 하얗다고 해서 백화라고 불리는 황녀다. 아직 정식 이름을 받지 못했다.
“궁금한게 있는데...”
“네.”
“지금 보고 있는 거 재미있는 이야기책인가?”
삽화를 보고 하는 말이리라. 황녀, 황자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곳이니, 보안에 신경써야 했지만 오늘은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황자들이 모두 사냥터에 나갔기에, 신경이 풀어져 있던 탓이었다.
“아, 아닙니다. 황녀님. 이건 사건일지입니다. 패관들은 모두 하나씩 이런 것을 가지고 있지요.”
어린애라고 대충 처리하다가는 경을 치기 마련이다. 특히나 백화는 폐하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할 정도로 똑똑했다. 물론 아직 어린기가 완연하지만, 적어도 황족들 중에서는 가장 발달이 빠른 편이었다.
“그럼 패설사관이 움직일 정도로 심각한 일이 일어났단 말이잖아.”
“.......”
나도 모르게 기밀을 누설하고 말았다.
“황녀님.”
“...위험한 일인건가?”
“...황녀님.”
“음, 내가 알면 안되는 일이구나.”
황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럼 더욱 이야기를 듣고 싶은걸? 이거 해결난 과제야?”
“...하아.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럼 이야기해봐.”
나는 혹시 후보생들이 서고에 들어왔는지 우선 그것부터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사실 미결에 가깝습니다. 미신이 주가 된 건 본래 고치기 어렵죠.”
“...세 사람이 모이면 호랑이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니 그런 건가 보네.”
“마마.”
“음. 황실과 관련된 거라면 난 더욱 들어야 할 것 같은데.”
황녀의 끈질긴 채근에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