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쉿.”

 

지윤과 그 형은 곱게 늙은 할머니 하나를 침대에 눕혀놓고 몇시간째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곱게 늙었다고는 하지만 몇 번 차에서 구토를 했는지 옷 여기저기에 토사물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맞은 흔적과 부어오른 흔적들. 그리고 지윤은 모르지만 그 형만은 알고 있는 익숙한 냄새.

 

“형.”

 

“몇시간째 같은 말만 반복하게 할래. 이 사람은 지금 병원에 가면 안돼.”

 

“...무슨 뜻이죠?”

 

“네가 총에 맞았을 때 병원에 갔냐?”

 

그제서야 지윤은 형이 말하는 뜻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형이 이 말을 하는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린 것도.

 

“형...그럼 이 사람도?”

 

“그래. 널 그렇게 처리한 것처럼. 이 사람도 그렇게 처리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나이든 여자를 마약을 이렇게 먹여서 처리하려고 하다니. 보통 넘는 놈인것 같다. 내가 기자생활하면서 아무리 산전수전 겪었다지만...”

 

“...비슷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는 모양이군요. 병률형 같은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오래간만에 내 정의의 피가 끓는다.”

 

회사내 횡령문제로 사주를 고소까지 하려다가 털릴 거 다 털리고 기자생활을 그만둔 형이었다. 그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지윤은 좋은 의미로 기겁을 했다.

형이 저렇게 나오면 결국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야 말 것이다. 하지만...

 

“너, 저번에 말했던 그 부자 말이야. 어디에 사냐.”

 

“...형, 난 그 사람하고는...”

 

“네 말 다 들어줄게. 내 어떤 인맥을 동원해서든지. 그 정신나간 놈을 찾아서 짤짤 흔들어주겠,..”

 

“형, 그 부자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피도 눈물도 없어요. 단지 돈만 많을 뿐이에요. 복수만을 위해서 사는...”

 

“복수? 그거 좋군.”

 

뾰족한 송곳니를 약간 드러내면서 형이 말했다.

 

“나도 자주 들어서 굉장히 익숙한 말인데. 그 말은 당한만큼 돌려준다는 말이야. 그 놈한테 이 할머니가 당한 것처럼 당하게 하면 나쁜 놈도 뼈저리게 느끼게 될거야. 보통 사람을 괴롭히면 어떻게 되는건지.”

 

잠깐 숨을 쉬고

 

“그 부자 어디에 있냐.”

 

그 말에 지윤은 고개를 젓고 말았다.

 

“이 할머니를 살리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어. 어떻게든 살려야 해. 얼핏 봐도 고농도의 약물을 투여한 것 같으니까...빨리 말해. 어떻게든 살려야 된단 말이야. 넌 알잖아.”

 

그의 닦달에 지윤은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야!”

 

“미안해요. 형.”

 

그리고 뒤이어 말했다.

 

“난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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