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검은 k5차량은 마치 죽은 아기를 애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그 짧은 시간동안 보좌관과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은 참, 어떻게 지내요?”
은미와 전 보좌관, 그리고 지금 보좌관은 모두 같은 대학교 선후배사이였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창동 형 자리를 빼앗은 거 같아서 마음이 아플 뿐이죠.”
“...오빤 아직도 실종이래요?”
“...얼핏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어차피 후보자님이 자르려고 했다네요. 그 이야길 듣고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현 보좌관으로 있는 장현수가 속닥속닥 귀에 대고 말했다.
“전 보좌관님이랑 후보자님이랑 사이가 안 좋았다네요. 하긴 그렇기도 하겠죠. 남 멱살이나 함부로 잡아당기는 사람인데요. 의원 되기도 전에 사람부터 잡겠어요. 성격이 오죽 별나야 말이죠.”
“...부인이 유산했다는 이야기 듣고 그랬대잖아요. 그 점은 좀 이해를 해줬으면 해요.”
“두 분 사귀시죠?”
은미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장현수에게 하대를 했다. 마치 그가 후배였던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깨달은 것처럼.
“도대체 뭐라는 거야.”
“아, 죄송합니다.”
“...아니라는 거 알겠죠?”
다시 원래대로 대답하면서 그녀가 차창밖을 보았다.
“하지만, 조심하셔야 됩니다.”
보좌관이 조용하게 그녀의 손을 건드렸다. 그녀가 마치 악몽을 꾸고 있어서, 깨워주려는것처럼.
“성격이 아무리 지랄맞아도 현직 대표님들이 강하게 푸쉬해주는 사람이니까. 사귀는 사이는 아니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으면 안되니까요. 제 밥줄도 떨어지고.”
“푸쉬해주는 사람이니까 그 사람 뜨고 난 뒤에 똑같이 푸쉬받으려고요?”
“네.”
어차피 숨기려고 해봤자 들킬 진심같은 거.
쓰레기니까. 어차피.
그 진심이라는 거 쓰레기니까. 포장해봐도 쓰레기는 쓰레기니까.
그녀는 진심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병률이 말했던 것처럼.
[은미야.]
아까전에 병률은 병원 앞 다리 위에서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내가 한 말 다 믿을 수 있겠니?]
[...진심이 쓰레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건 당신이었잖아요.]
아기가 죽었어. 그는 건조하게 말했다.
[죽어서 슬픈 걸까? 나는?]
[밤중에 불러놓고 하는 말이 겨우 그거에요?]
[뭔가를 기대했구나?]
병률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왔을 때 매캐한 담배냄새와 싸한 알콜내가 같이 풍겼다.
[어떻게 할까.]
그는 은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여자치고는 큰 키였지만, 병률보다는 작았기에 은미는 잠시 휘청거렸다.
[모든 걸 다 고백하고 없었던 걸로 해야할까. 아니면 그까짓것들 다 죽어버리라고..]
그리고는 그는 풀썩 주저앉았다. 은미는 바로 보좌관을 휴대폰으로 불렀다.
2시간이나 걸려서 화장하고 나왔는데, 그는 10분만에 모든 꿈을 날려버렸다.
[얌전히 주무세요. 그리고 죽이지 말고 당신이 죽어.]
은미는 쓰러진 병률의 귀에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그가 건조했던만큼 그녀도 건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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