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향이 시골이어서, 굉장히 자연친화적으로 자라났다. 그러던 내가 어느 순간,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살게 되었다. 도시에 이십몇년을 살면서 시골에서의 삶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휘황찬란한 것들이 얼마나 많던지!

나는 성격이 내향적이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얼마 안되어서 도시에 빠지기 시작했다.

먹는 거 좋아하는 성격 탓에 동네에 생겼다가 망하는 음식점 수를 꼽기도 하고, 가까운(옛 우리집은 교통요지에 있었다.)홈플러스, 이마트에서 살 거 없이 한바퀴 도는 산책을 하기도 했다.나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시민들 중 그런 거 안하는 사람은 오히려 드물 것이다. 지금도 그런 데 들러서 일없이 한바퀴 도는 일을 종종하곤 한다.

물론 나도 아직까지 양심은 있어서, 소상인들이 그런 매장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냥 찬양할 수도 없으니 그저 눈요기나 한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옛날의 시골살이가 행복하긴 했지만, 조금 더 도시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그 마음을 누르진 못했다. 시골 살아보면 이 뜻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그래서 우리 먼 친척께서 숭배하시는 선이나, 헬렌 니어링 등등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곳에 사는 것만으로도 헬렌 니어링은 그저 자기 잘난 척을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대개 도시민인 경우가 많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살아보지도 않으니 그런 말을 쉽게 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도미니크 로로의 여러 가지 책들은(내 기준으로는 그런 사고관을 가진 사람치고는 책 양이 좀 많다싶다. 나무를 생각한다면?)헬렌 니어링을 조금 더 일본화시킨 게 아닌가 한다.

실제로 일본인 남편과 같이 살고 있고, 일본인 친구들로부터 소박한 방법을 배워나간다...

그것도 선이나 하이쿠를 인용한다.(헬렌 니어링의 요리책을 보면 여러 가지 명언이나 책속 구절들이 등장하는데 아마 거기서 발상을 얻은 듯 하다.)

한국에 대한 예도 나오지만, 주로 일본, 중국에 대한 인용이 많다.

나는 도미니크 로로의 저작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어쩌다보니 로로의 책을 제법 가진 편이 되었다.

 

그런데  위에서 약간 언급한 내용을 유난히  많이 가진 소식의 즐거움은 내게 실망감을 주었다. 책 내용이 그렇게 새로운 것도 아니고, 책에서 언급한 생활을 하는 일본인은 의외로 드물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플하게 산다가 인기를 끌면서 그 전작인 소식의 즐거움은 절판되었다. 그리고 사실 난 소식의 즐거움의 이북을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북을 잡은지 사흘만에 나는 다 읽었고,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사실 심플하게 산다. 는 내용이 알찼고, 실생활에 유용한 팁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소식의 즐거움같은 경우에는 우선 번역도 심플하게 산다. 보다 좀 거친 느낌이 들었고, 인명번역에 있어서도 내가 아는 인명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오기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번역자의 문제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소식의 즐거움은 앞에 했던 말을 뒤에서도 반복하는 동어반복이 잦아서 읽기가 껄끄러웠을 것이다.(물론 실생활의 팁은 뒷페이지에 굉장히 많이 있다. 동어반복을 줄이고 그 내용들을 앞에 배치를 했다면 좀 더 편하지 않았을까 싶은게 아는 거 별로 없고 투덜거리기 좋아하는 독자의 마음이다.)

동어반복을 뒷작품에서는 거의 안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괜찮은 작가라고 생각해왔다.

아마 소식의 즐거움이 전작이거나 첫작품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심플하게 산다가 인기를 끌어서 절판하고 새판을 찍은 거? 라고 생각하면 출판사가 딱히 좋게 보이진 않는다. 도미니크 로로의 작품들이 하나같이 준수하기는 하지만, 단지 가격만 올려서 새로 내놨다면 출판사의 안목이 별로 없다고 할 밖에.

이게 내가 소식의 즐거움을 제대로 기쁘게 읽지 못한 이유다.

그 외에는 심플한 정리법이나, 지극히 적게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갈수록 작가의 인용법이나 작성 방법이 간단명료하고 섬세하고 조근조근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도미니크 로로의 작품 5권 중 3권은 안심하고 읽을 수 있다고 추천한다.

(비록 심플하게 산다. 는 나하고 잘 맞지 않아서-작가의 접근법이-팔아버리긴 했지만.)

목록에 대한 책은 아직 안 읽어보았다.

거기에 대해서라면 또 어느 분이 읽고 서평을 올려주시면, 참고해서 살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ps.서재턴데이는 제윤경의 냉장고턴데이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중 큰 영향을 미친 건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이다.

덕분에 재놓은 책들을 정리 중이고, 터져나갈 것 같은 이북도 다 읽고 정리하려고 게획 중이다.(영향을 끼친 책이 그 대상 중의 하나가 된 건 아이러니한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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