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설의 다에코와 만의 미쓰코는 한 배에서 나온 자식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녀환상에서 태어난 쌍둥이 말이다. 사실 작품으로 따진다면 두 작품은 성격이 너무 다르다.
하나는 극단의 미에 빠진 죽음을 그려냈고, 하나는 다소 어두침침한 성격의 아가씨가 밝은 결혼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묘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리 갈 것도 없이 두 캐릭터는 마치 기름종이에 대고 그린 것 모양 닮아 있다.
다소 풍만하며 서양적인 캐릭터인 다에코와 역시 몸매로만 따지면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의 몸에 가까운 하얗고 보살의 느낌까지 소화해내는 미쓰코.
몸매로만 따지면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유혹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현세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누려보겠다는 욕심쟁이 같은 성격이 꼭 닮아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파멸의 미를 추구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평범한 작품조차도 이채를 띄는 부분이다. 사실 나는 세설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풍속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만을 읽으면서 깨닫고 말았다.
아, 그건 풍속소설의 껍질을 쓴 파괴적인 관능문학이구나!
아직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을 완독하지는 않았다. 사실 완독하기에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이 다 들어오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읽으면 읽을수록 그 무서운 집착에 겁을 먹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두 작품 다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더 추가할 사항은 세설을 읽기 전에 꼭 만을 읽으시라는 것.
그러면 세설 속에서 드러나는 세 자매의 자매애, 미모비교, 다에코의 타락한 모습. 등을 좀 더 세밀하게 읽어내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센바(오사카 상인 명문가)의 아가씨들의 이야기이니만큼 만(물론 이쪽도 센바의 명문가들의 이야기지만, 유부녀가 나오고, 다중연애를 즐기는 팜므파탈의 이야기이니)보다 좀 더 청초한 맛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상쾌한 자극도 될 것이다. 파괴적인 관능문학의 모습이 좀 숨어 있어서 그렇지...그나마도 환상적인 배분탓에 약간 아린 맛을 볼 뿐이니 그거 좋은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