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준은 천천히 옛집을 둘러보았다. 며칠, 아니 몇 달인가, 아니 좀 더 들어가서 몇 년쯤은 지났던가? 이 집에서 아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시간. 가끔 어머니가 방문해서 조그마한 고부갈등이 몇번 일어난 그 집. 그는 초인종을 누르려다가 잠깐 멈춰섰다.
어머니는 보통의 여인이었다. 고부관계에 대해서 한정하자면 그가 행복한 공무원이었던 시절, 아내는 어머니를 이겨먹을 수 있는데도 그저 그런 여자인양 시끄러운 행사를 했다.
가끔 그는 글을 쓰기 위해서 노트북을 몰래 챙겨들고 서재로 가야했다.
하지만 대개 그렇듯이, 눈치를 챈 아내와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곤 했던 것이다.
그는 그때를 추억하듯이 눈을 초승달처럼 가늘게 떴다.
어머니는 과연 있을까?
있을 것이다. 자신이 전화를 했을 때 보였던 그 모습 그대로라면.
[길준이냐?]
전화속 어머니의 음성은 다정했었고, 슬펐었다.
[......]
[어디에 있니.]
길준은 그때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어머니를 그때 모시고 오고 싶었지만 복잡한 감정이 그걸 막았다. 어머니는 자신의 어머니이지만, 자신을 정신병원으로 보낸 사람이기도 했던 것이었다.
[다시는 그러지 않으마. 돌아오렴.]
감정에 이끌리진 않았었다. 그 순간만큼은.
[조만간 모시러가겠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기다려달라, 오늘을...
길준은 초인종을 눌렀다.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인터폰에서 울려퍼졌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길준이 아내의 환영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환영이 된 이래로 그랬듯이 또다시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건 무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