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예전에 일본이 한국을 점령했을 때(그때는 조선이라고 불렀지만.)그들은 막대한 양의 황금을 광산에서 파냈다. 그리고 비상시를 위해서 그것을 물이 흐르고 모래로 덮혀있는 폭포밑 비밀스런 공간에 묻었다.

이 이야기는 얼핏 듣기에 거짓말같았지만, 사실이었다.

(쓰는 사람 주: 실제로 모 자치단체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강변호사는 길준과 헤어진 후 그 금괴들을 생각했다. 비록 악인에 가깝긴 했지만 길준에게 상속한 노인은 강변호사와는 매우 가깝게 지내면서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그의 지원이 없었다면 변호사조차 될 수 없었을 것이었다.

노인은 그의 막대한 재산이 예전에 일본 정부가 묻어놓고 간 금괴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유언을 쓸 때 그에게 말했다.

 

[만약에, 아주 만약의 경우에 말이야. 내가 상속할 진짜 재산은 그 금괴뿐이라는 거 아나?물론 그것만 해도 살아가는데 풍족하게 지낼 수 있을 거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그리고 자신도 그를 잘못 보았다고. 강변호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을 보았다. 아까전부터 무겁다고 생각만 했지 언제 해가 졌는지, 자신이 어디에 앉아있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자신은 텔레비전 앞, 리모컨을 손에 쥔 채로 앉아 있었다.

 

도대체 그 노인은 어디까지 예측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눈에 텔레비전에 출연한 노인의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겨우 삼십대 후반인데, 어떻게 정치계에 들어서게 되었는지요?”

 

여자 진행자의 질문에 병률은 부드럽게 웃었다.

 

저희 아버지는, 정말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가족들 모두에게 용기와 자존심을 심어주셨죠. 그 모습이 절 좋은 정치가가 되는 것이 꿈인 소년으로 만들었습니다.”

 

얼핏 보면 비례대표로 나온다는 것은 자신감이 없는 행동이 아닌가 하는 말도 있습니다만?”

 

조금 공격적인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뒤이은 질문만큼 치명적인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얼마 전에 뉴스에 나온 보좌관의 타살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초선으로 이제 막 나선 후보자되신 입장에서는 치명타가 아니었나 싶은데요.”

 

혹은 보좌관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있습니다만.”

 

병률은 확실하고 온화한 어조로 마무리를 지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에 대답할만한 정보를 갖고 있진 않습니다. 후에 좀 더 밝혀지면 그때는 그 범인을 꼭 알아내서 그 대답을 알아내겠습니다.”

 

모든 게 다 거짓말 거짓말뿐이었다.

노인의 입버릇이었던 세상은 복수로 가득 찼다. 복수 외에 미움 외에 세상엔 남는 거 하나도 없다.는 그 말이 뼈에 사무쳤다.

변호사는 자신이 안고 있는 이 이율배반과 비밀의 무거운 짐에 깔려죽을 것 같았다.

그는 몸을 둥글게 말고 바닥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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