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어머니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 안 해봤나?”
오래간만에 만난 ‘거리의 변호사’가 그의 무심함을 타박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길준의 물음에 강변호사가 대답했다. 아니, 지금에 와서는 그 거대한 복수를 이루기 위한 재산앞에서는 그저 이름도 성도 가물가물한 변호사일뿐이었다.
“그 아들되는 놈이 며칠 전에 이 커피숍에 들렀었다더군.”
“...뭐, 그 놈이 어디서 뭘 하건 무슨 상관입니까.”
길준의 거친 대답에 변호사가 물었다.
길준은 더 이상 복수의 대상에게 복수심을 품고 있지 않았다.
그건 그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복수심이 없는데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이건 뭔가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다. 비정상의 끝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랄까.
“자넨 많이 건조해졌군.”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 재산가지고 유언을 이루려면 성격이 보통이상이어야 되니까요.”
“...아무 일에나 다 그럴 셈인가. 처음 만났을 때가 더 나았던 것 같군.”
“...별 하실 말씀 없으면 가겠습니다.”
길준이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자 변호사는 어깨에 무거운 짐이라도 진 것처럼 천천히 물었다.
“여기서. 자네 어머니와 그 친구가 만났단 말이야. 그리고 며칠 뒤 여기서 자네 어머니가 혼자 있다가 사라졌다더군. 그 놈이, 자네 냄새를 맡은 거지.”
“.....”
순간적이나마 변호사는 그의 눈빛에서 살기를 읽었다. 사라져가던 복수심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이것은 위험하다.
“왜 좀 더 조심스럽게 하지 않았나. 그 편지, 괜히 그 놈만 자극한 거지.”
“...어떻게든 상관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변호사가 그에게 말했다.
“난 자네가 도덕적인 인간인 줄 알았는데?”
“도덕적인 사람은 복수하지 않습니다.”
길준은 앉아있던 의자에서 몸을 무겁게 일으켰다.
“도덕은 죄를 용서할 따름이죠. 난 그 정도 그릇은 안되니까. 이번 일로 내 머리뒤에 환영이 하나 더 늘어나고, 나는 일곱 번의 일곱배로 악독해질 겁니다([성경]의 라멕어구 인용-가인을 죽인 자의 벌은 일곱배로되 라멕을 위해서는 그 벌이 일곱의 일곱배로다.). 그 놈은 상대를 잘못 택했어요.”
“어머니는?”
“...곧 찾아모실 겁니다. 비록 날 요양원에 처박은 어머니지만 말이죠.”
변호사는 혀를 찼다. 하지만 그를 위해서 그 나머지 정보들은 입을 다물었다. 다 알게 되면 그 남자는 더욱 변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아직까지는 건드리지 않은 병률의 처까지 끌어들일지도 모르는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