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실종신고는 안 하려고 한다.”

 

병률과 마주한 길준의 모친의 말이었다.

 

...어머니.”

 

사태의 시작은 병률의 집에서 길준이 칼을 휘두른 것이 원인이었다. 모친은 칼을 휘둘렀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했지만 경찰이 개입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즉각, 아들을 설득해서 병률이 잘 안다는 요양원에 넣었다.

길준의 아버지가 일찍 죽어 그녀는 오랜 세월을 일에 찌들려 살아왔다.

 

증상이 심해지건 약해지건 길준이는 내 아들이야. 그 애는 이 나이 먹도록 단 한번도 내 말을 어긴 적이 없어. 사람 보는 눈도 정확하고...잠시나마 의심했던 게 후회스럽네. 자네가 소개해 준 요양원도 정식 인가를 받은 요양원이 아니었다고 하던데...”

 

실종신고를 하라는 병률의 권유가 있자, 길준의 노모는 경찰서 앞까지 갔다고 돌아선 것도 여러번이었다. 차마 아들을 실종으로 해둘 수가 없었다.

 

,...”

 

병률은 한숨을 쉬었다.

 

전들 어쩌겠습니까. 미친 건 아닌 것 같고, 이런 불찰이 생기긴 했지만 제가 그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어머니 마음 편하신게 낫지, 불편한 게 전들 낫겠습니까.

실종신고를 하자는 것도 저번에 나온 뒤에 같이 탈주했던 노인이 끔찍하게 자살해서 그렇지 않겠습니까. 제 마음도 알아주시면...“

 

잘 알았다.”

 

길준의 모친은 처음에 병률을 어려워했다. 사람의 기본이라는 건 어디 감추거나 변화시키기 어려운 것이어서,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는 병률을 좋아하게 될 날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럼 잘 들어가십시오. 저는 좀 있다 회의라서...”

 

병률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 두 사람이 있었던 커피숍 문을 열고 사라졌다.

길준의 모친은 막막할 따름이었다. 하나밖에 없던 아들이 요양소를 떠나서 어디를 헤매고 있는 걸까. 그런 마음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 때였다.

띠리리리리!

커피숍의 전화기가 울렸고, 종업원이 곧 전화를 받았다.

 

. 가로 3번째 뒤에서 5번째 테이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무심함인지, 아니면 포기였는지 모를 그 어슴프레한 순간.

곧 뭔가를 쓴 종이가 그녀앞에 놓여졌다.

 

[1분뒤에 핸드폰이 울리면 전화를 받으십시오.당신이 가장 만나보고 싶어하는 사람의 전화입니다.]

 

그리고 핸드폰 벨이 울렸다.

 

띠리리리리릿!

 

날카로운 핸드폰의 울림이 그녀의 어설픈 평정을 비웃는 것 같았다.

핸드폰에는 발신자 미확인이라고 떴다. 길준의 모친은 주저했다. 하지만 그녀는 천천히 핸드폰의 폴더를 열었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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