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이곳을 맡겨주신다니 영광입니다. 라고 허목사가 말했다.
이준구는 미소를 지으면서 이런 저런 설명을 했다. 향원동에 노숙자가 많으니, 한 때 나도 노숙자였던 신분으로 그들에게 좋은 걸 베풀어주고 싶다. 목사님이 그 일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허찬웅 목사는 열렬하게 호응했다.
“안심입니다. 다들 호응해주는군요.”
길준이 고개를 한번 끄덕, 하고는 아예 고개를 숙여버렸다. 이 일에는 많은 노숙자들의 동의가 있었고, 여러명의 신부와 목사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되지 않았을 일이었다,
단 한 사람의 복수를 위해서, 이 모든 것이 필요했다...는 건 비약이 심한 것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들의 도움이 고작 복수를 위해서일것이라곤 그들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그 점에서 길준은 그들에게 부끄러웠다.
“어떻게 보면...”
“예?”
길준의 말에 준구가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이건 위선일지도 모릅니다.”
“...복수때문이라도 선행은 선행이죠.”
“.....”
“상대는 토건족입니다. 노숙자를 한때 사회생활 하던 건실한 생활인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죠. 죽일엽도 단지 개발을 위해서 허물려고 하던 그런 자들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죽일엽을 구하고, 지금은 노숙자들을 위해서 유기농 녹차 생산쪽에 관심을 돌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많은 노숙자들이 당신에게 지지를 보내려고 자신들의 명의를 기꺼이 빌려준것이고요.“
“......”
감격이라고는 할 수 업었다. 단말마처럼 울릴 그 울음은. 길준은 고개를 파묻고 보도 위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자가용 기사가 왔을 때 그는 준구를 먼저 태우게 하고 자신은 교회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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