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바쁜 직업이다. 정찬일밑에 있을 때는 주로 비서일을 해왔고, 그의 할 수 있는 일 한도내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m모 의원의 추천으로 같은 당의 비례대표로 나서게 되자 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비서로 거두어주었던 정찬일의 생명줄을 끊은 것이 그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정치계 노구들이 그를 싫어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그가 착복하고 정찬일에게 뒤집어씌웠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자넬 왜 불렀는지 알겠나?“
m의장의 말에 병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자네 이력이 포장이 덜 된 것 같아.”
“......”
“우린 여당이라서 현직 대통령-지지율도 높은-을 상대로 쇼를 할 수 가 없어. 그리고 자네가 갖고 있다는 그 물건들도 별 소용이 없지. 자네가 진짜 순수한 정의감을 지닌 경찰이었다면 이야기는 좀 달랐겠지만.”
“...이름이 없다는 말씀이군요.”
“더더군다나 지금은 정찬일하고 엮인 문제도 있어서...”
“......”
“자넨 예전에 한 노인을 체포하려다가 자살하려는 걸 못 막은 적이 있지. 주변에 상황을 아는 기자들이 없었으니 넘어갔지만, 만약 그 문제를 꺼낸다면? 자네가 그 노인을 죽였을지도 모르지 않나.”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주변에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깝게 배치되었던 친구들도 있구요.”
“그래서 말인데.”
m모 의원이 나직하게 말했다,
“자네의 이력을 살려서 비례대표로서의 자리를 다져보자고. 자네 덕분에 눈엣가시는 제거했으니 앞으로도 자네뒤는 내가 돌봐주지.”
“원하시는 게 뭡니까?”
병률의 말에 m은 빙긋 웃었다.
“어느 군에 민원이 들어왔는데...죽일엽이라고 대나무 차를 만드는 집이 있어. 거긴 나도 자주 이용하는 집인데, 기존 토호들이 쫓아내려고 한다는군. 가엾은 민원을 돌아보는게 국회의원의 할 일 아닌가. 대신 좀 처리해주면 좋겠네...”
“네. 알겠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
마치 애에게 확인하는 것처럼 말하는 의장에게 병률이 냉랭하게 답변했다.
“개에게 재주넘기를 시킬때는 한번이면 충분합니다. 돌아오는 답례가 좋으니까요.”
그 말에 m의장은 피식 웃었다.
“잘 다녀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