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림은...”

 

내 안목에 여주인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손을 흔들어보였다.

 

옛날 이곳을 다스리던 여자라는 사람의 그림이랍니다.”

 

옛날 이곳을 다스렸다면 화미인?”

 

털보의 말에 여주인은 비웃었다.

 

이 땅을 다스리던 사람이 그 여자 하나뿐인줄 아십니까?”

 

하긴 그 이전에도 이 땅은 존재했을 터이니.”

 

나는 그 그림에서 화미인을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귀한 그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인정을 받지 못할 뿐, 그 그림은 명화였다.

 

그 고귀하신 분의 이름을 자네는 아는가?”

 

남주인에게 묻자 남주인이 턱을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지요. 붉은 까마귀라고...”

 

붉은 까마귀라? 형님은 아십니까?”

 

동생들의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붉은 까마귀...붉은 까마귀...

 

제가 한가지 여쭤봐도 좋을까요?”

 

여주인이 종이 하나를 꺼내서 내게 건네주었다.

 

어르신은 단순한 상인같아 보이지 않으시니 건네드리는 것입니다. 아니오 정체를 숨기시려 해도 소용없습니다.”

 

아니...나는...”

 

이것은 화미인을 그린 마지막 그림이라고 전해져옵니다.”

 

여주인이 조용히 말했다.

 

감정가가 정해지지 않아, 시중에 내놓을 수 없었답니다.”

 

“.....”

 

복이 굴러들어왔다고 생각했지만 뒤이어 여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감정가만 정해진다면 이걸 궁에 올려 일평생 호사스럽게 살려 한답니다.”

“...내가 가짜라고 한다면?”

 

어르신은 그럴 분이 아니실거라 믿습니다. 이 그림은 진품입니다.”

나는 그림을 펼쳤다.방금 그림을 그린 듯 상쾌한 묵향이 번져왔다.

화미인을 그린 그 그림은 방금 붉은 까마귀의 그림을 보다 보면 생동감은 더 있었지만 한 지역을 다스리던 사람으로서의 품위는 없었다. 확실히 아름답기는 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형님, 이거 진짭니까?”

 

형님, 답 좀 해주시지요. 답답합니다.”

 

나는 번개를 맞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얼굴은 분명히...

여주인의 얼굴이...

 

이 그림은 진품이다.”

 

나는 여주인에게 그림을 내밀었다.

 

확실히 궁중에 내놓으면 비싼 값을 받을 것이다.”

 

“.....”

 

허나 그 이전에.”

 

이전에?”

 

점점 이전에 봤던 그 여인의 얼굴로 여주인의 얼굴이 변해갔다.

 

[도적질을 하다 붙잡혔으니 어쪄겠느냐. 내 너를 물에 빠뜨려 죽일 수도 있느니라. 앞으로 도적질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면 널 좋은 곳에 보내주마. 부모를 잘 만났더라면 너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궁에서 이것을 진품으로 여기느냐 여기지 않느냐가 관건이겠지. 나라면 지금 내게 은 800냥을 주고 넘기겠다.”

 

과연...약속을 지키셨군요.”

 

그 말과 동시에 동생들의 얼굴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매운탕도, 두부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우리는 입에 모래를 가득 물고 바닥으로 추락해갔다.

 

약속을 잘 지켰구나. 소년이여. 허나 이제껏 그 자리에 앉으면서 해온 자잘한 도둑질은 봐줄 수 없느니라. 마지막 시험은 잘 지켰으니 이 곳에 버려두고 가는 것으로 벌을 정해두겠다.

널 구해줄 사람이 있을때까지 너는 이곳에 있어야 한다. 독주를 먹인 패설사관 대리가 널 구해줄 것이니라.“

 

안돼...난 입에서 모래를 토하면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뻘은 여전히 내 발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안된다...안돼...

 

저 먼 시선 둔 곳에 그 여주인이 남주인이 끌고 온 말에 올라타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저 남주인은 바로 얼마 전에 영혼을 잃은 무사라고 알려진 자가 아니었던가. 이름만 듣고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어서 알지 못했다.

이런...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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