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정보를 입수하기 전에는 화미인 유적을 골백번을 더 뒤졌어도 항상 결론은 같았다.

거의 소금 덩어리일 뿐이라는 것. 그림이 있다한들 소금기에 찌들어 이미 옛 모습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그리고 구애를 거절당한 영웅왕의 성격으로 보아 이곳의 백성들또한 목숨을 건지기 어려운 판국에 하물며 그림임에야...

하지만 미축이 일어경에서 건져낸 단서로 황제국은 하나의 실마리를 얻었다.

황제국의 제 3대 황제였던 영웅왕은 후에 화미인을 닯은 여인을 후궁으로 얻었다.

그때까지 화미인을 잊지 못했던 영웅왕은 화가에게 오랫동안 품고 있던 화미인의 초상화를 주어 참고하여 사랑하는 후궁의 모습을 그리게 했다.

황제국에는 아직도 그 후궁의 그림이 걸려 있다.

 

그렇게 대단한 미인이...”

 

소금이 되었으니 애석하다고 하려느냐.”

 

나는 말에 채찍을 가하지 않고 발로 살짝살짝 말의 배를 건드렸다. 명마라서 그런지 역시나 감이 좋은 말이었다.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자기 밑의 백성들이 불쌍하지도 않았을까요.”

 

털보아우는 집이 가난해서 노예로 팔려가다가 우리 부모님의 손에 의해서 건져졌다.

원래는 제국에 살던 아이도 아니었다. 변방 제후국들의 다툼에 의해서 몰락한 제후의 영주국에서 세금을 뜯기는 생활을 해왔다.

 

불쌍한 걸   윗대가리들이 알면 그렇게 했겠느냐. 화미인은 그저 심술궂은 여자였을 뿐이란다.

마법사니까 더 독하지.“

 

난 그래서 미축을 알 수가 없었다. 단 한번 손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여자의 무덤을 1년에 한번 꼭 찾아가 술을 붓고 제상을 차리며 무덤에 꽃을 바치는... 그런 순정을 나는 알지 못한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드는가.

 

...그래도 왕이기 이전에 여자잖아요. 자존심이 있었을텐데.”

 

백성을 생각하고 여인같은 사람이었다면 영웅왕에게 인생을 의탁했을 거다. 그 잘나빠진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라...”

 

나는 돈 때문에 상대를 죽이는 부부도 알고 있다.

단순히 돈 때문에 상대를 의심하고 죽인 부자들도 알고 있다.

가난해서, 찢어지게 가난해서 삶을 괴로워하다가 도망간 부부도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단지 이쁜 여자 하나 얻겠다고 도시 하나를 전멸시킨 바보같은 왕의 이야기도 알고 있다.

 

1시간쯤 화미인 유적을 둘러보고 있을 때 털보아우가 소리를 질렀다.

 

화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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