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왕의 시작은 황제국에서 시작된다. 대에서 태어난 영웅왕은 유명한 가희의 아들이었고, 상인으로 대성한 후 이내 왕국으로 내려왔다. 물론 지금도 제후국 중에서 왕국은 황제의 피를 이은 왕이 다스리는 나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17대쯤에서 혈족이 다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그때 영웅왕이 홍수와 도적떼로 피폐해지고 있던 나라를 다시 일으켜세웠다.
그래서 영웅왕은 제 18대 왕으로 즉위하였고, 도적떼들의 우두머리인 화미인을 제압해 왕비로 맞고자 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머리를 정중히 숙이면서 패설사관대리가 들어왔다.
“괜찮네. 요즘 미축은 괜찮은가?”
“글쎄요...그게...”
들어보나마나겠지. 미축은 내게 황제국의 이야기같은 건 잘 해주지 않는다. 이맘때가 되면 미축은 황산에 틀어박혀서 노래나 짓고 있다. 바쁘다곤 하지만, 그건 표면상의 이야기일뿐.
“또 나하고 약속을 어겼군.”
나는 그렇게 말한 후 자리에 앉아 독한 술을 주문했다.
패설사관대리도 자리에 앉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
궁중에서 패설사관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패설관부터 시작해서 올라가는 패설사관은 원래 귀족이 아니면 하기도 힘들거니와, 평민이 패설사관에 오른다는 것은 황제와 황비, 혹은 왕과 왕비의 두터운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나같은 경우야, 본래 패설사관으로 키워진 집안의 독자이니 말할 나위도 없고.
“나한테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또 황산으로 갔지. 노리는 자도 많을텐데.”
“사관님은 강하신 분이십니다.”
아차하는 표정을 짓는 대리에게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자넨 쉽게 비밀을 누설하는군.”
“...아....”
“그래가지고는 같이 일 못하네.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아니...저기...사관님...”
말을 억지로 이어보려고 하지만 안될 노릇이었다. 왜냐하면 난 술잔에 독을 발랐으니까.
퍽. 하고 쓰러지는 대리를 보면서 나는 대리의 허리춤에 있던 마권과 황제국에서 뽑은 자료를 집어들었다.
자료는 별 거 없었다. 그냥 내가 아는 것하고 다를 것도 없었고.
“역시 혼자 하는 게 낫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