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식사를 나누면서 그와 그녀는 재빠르게 시선을 나누었다. 도대체 이 카드게임, 아니 체스게임은 어떻게 끝나는 거지? 나는 투덜거리면서 샌드위치를 작게 한입 베어물었다. 두 사람의 게임이 끝나려면 식사가 다 끝난 후일테고...그렇게 하려면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했다.
이제 다 끝났군요. 나가볼까요? 그의 말에 나는 딴지를 걸었다. 난 아직 덜 먹었는데.
남자는 이 돼지같은 놈아 작작 처먹어. 라는 말을 하고 싶어했지만 옆에 숙녀가 있는 관계로 그 말만은 차마 하지 못했다. 물론 그 대사를 중얼거리고 싶었던 건 숙녀분도 마찬가지인 듯 했지만. 나는 두 사람을 다 잘 알았다. 둘다 성격이 더럽게 꼬였고, 간단한 걸 좋아한다.
물론 숙녀분은 그를 따라가지 않기로 결심을 했고, 그녀는 시간 소모를 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우아하게 일어나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만 가도록 해요. 그녀는 명령을 내리듯이 그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남자는 허무한 얼굴로 잠시 있다가 어쩔 수 없지. 라고 한마디 내 뱉듯 의자에 걸쳐둔 자켓을 걸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자캣애는 광택이 났는데, 마치 이 순간의 패배를 위한 것인양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우리가 아까전까지 샌드위치를 뜯어먹던 자리는 그 순간의 효용이 다하자 왕의 식탁같던 위엄이 사라져 있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내 물음에 그녀가 피식 웃었다. 아니 웃을 일이 아니라고. 왜 그러는거냐니까? 뭐가? 그녀가 되물었다. 그 남자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어? 내 물음에 그녀가 다시 웃는다. 맘에 들었지. 너무 맘에 들어서. 그녀가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그 남자 표정 봤어? 왜 내가 차여야 하느냐는 그 표정, 너무 귀엽지 않았어? 옷을 그만큼 차려 입었는데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 는 그 표정 말이야.
귀엽다고? 난 투덜거렸다. 귀엽다고 그런 식으로 했다가는 며칠 안 가서 집에서 쫓겨나고 말걸. 너도 결혼시장에 뛰어든 사람이라는 걸 잊지마.
어머, 난 장난같은 거 안쳐. 다만 입고 있는 옷 하나에 그렇게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꼴을 당해도 족하다고 생각할 뿐이지. 아마 그 사람 집 벽장에는 그런 고급 셔츠들이 가득 들어있을 걸? 머리에도 한가득 들어있을테고.
맞는 말이어서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남자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빈민촌에서 태어나서 그렇게까지 노력한 남자를 비웃을 수는 없었다. 다만 나하고는 악연이 깊어 그렇게 변명까지 해줄 순 없었다.
네 머리에는 뭐가 들었는데? 내 물음에 그녀가 대답했다.
어떻게든 빈민촌만큼은 탈출해야겠다는 거? 그 정도? 그 답에 내가 대꾸했다. 아마 그 남자도 평생 그랬을걸. 내 말에 그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반성해야 할걸? 내 말에 그녀가 대꾸했다. 넌 아마 그 남자도 잘 알고 있나봐? 그럼 설명 좀 해봐. 왜 내가 널 제쳐두고 그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지?
그 남자는 부자야. 내가 더듬거렸다. 엄청난 부자. 널 행복하게 해줄거야.
나도 부자야. 지금은. 부자의 양녀니까. 그녀가 대꾸했다. 일시적인거잖아.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수양아버지는 내가 널 좋아하는 걸 알면 날 내쫓을 거야. 난 고용인이니까.
행복한 건 돈만으로 되는 건 아냐,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책을 읽는 것 같았다.
난 네 곁에 있는 것으로 행복한데. 이 순간이 그렇게나 좋은데. 어째서...
그리고 그녀는 강둑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내가 말릴 사이도 없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위험해! 나는 그녀를 붙들었지만 놓치고 말았다. 그녀는 강에서 깔깔 웃으면서 헤엄치고 있었다. 옛날에는 이랬단 말이야. 무슨 숙녀야. 내가. 너도 내려와. 열도 좀 식히게.
나는 나비넥타이를 꽉 죄면서 그녀에게 닿지도 않는 손을 내밀었다.
이리와. 장난 그만하고. 그녀는 첨벙거리면서 내쪽으로 건너왔다. 그녀는 물에 젖은 옷을 손으로 물을 빼면서 계속 웃었다.
가끔 이런 것도 재미있지 않아? 우리 할 수 있는 동안 이렇게 재미있게 지내.
그녀가 생긋 웃었다. 날 더러 차라리 지옥에 떨어지라고 해.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심장이야 떨어지라지. 재미있지 않아? 그녀는 어둑해지는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저기 봐. 별이다!
말 그대로 하늘에 총총 별이 떠 있었다.
그리고 한켠에서 또 풍덩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어느 누군가가 우리같은 일을 했거나 당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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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 : 위대한 개츠비-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에서 셔츠들을 아래로 던지는 장면에서 따왔습니다.
그리고 위대한 알퐁스 도데의 [별]의 패러디도 약간...;;;;;;;;;
저는 가끔 기존 작품에서 많이 따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단편 모음에서는 이제 2건 정도인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