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우리를 버리고 떠날 때
어떤 표정으로 그 시기를 맞이할까.
나무가 우리 뒤를 스치고 지나가고
자동차가 연기를 뿜으며 서 있을 때
우리는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렇게 버림당할 것이다.
산이 도망간다.
강이 정지한다.
나와 함께 했던 그대들도
굳어지고 움직이며
그렇게 변해갈 것이다.
지구는 우리를 버린 지도 모른다.
아니면 우리가 지구를 버린 것일지도 모르고
그 어느쪽이건
상처를 받고 헤어짐의 통고를 받은 것은
우리들이다.
상처주지 말았어야 했다.
상처를 주면서 언제나 그들이 참아주리라 생각한 우리의 잘못이다.
우리가 가진 종이는 힘이 없다.
다만 가졌다고 착각하였을 뿐이다.
종이로, 그것도 산의 힘으로 나온 그것으로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 일을 해왔던가.
이제 마지막을 고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그들이 우리에게
우리는 언젠가 이별을 맞이할 때
이곳을 떠나리라.
하지만 그 이별이
눈물의 통곡보다
다른 별로 향하는 묵묵한 방황이 될 뿐이라면.
그리하여 몇백 광년의 머나먼 걸음이 될 뿐이라면
우리는 아직도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은
짝이었을 뿐이라.
이별을 맞이할 때
언젠가 이별의 때가 온다면
적어도 그들의 손을 붙잡고
잠시 미안하다고 말하고 떠날 수 있도록
그렇게 나무가 우리를 뛰어넘고
강이 얼음처럼 얼어붙을 때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면
그때를 다만 기다릴 뿐이다.
다만 그렇게 될 수 있기를.
희망의 민들레 솜털을 날려본다.
----------------------------------------------------------------------------------일본에서 원전 사태가 일어난 이후 우리나라도 이제 안전한 곳이 아니게 되어버렸죠.
원전사태가 이 시의 일부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아무 일도 없어야 하는데, 자꾸자꾸 안 좋은 일들이 생기네요.
앞으로는 좋은 일들만 생기기를. 저 하나부터라도 환경에 나쁜 일은 하지 않는지 잘 생각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