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표정이 굳어지는 걸 본 그 친구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반대편에 앉아있는 흰비단 옷을 입은 사나이가 고개를 살짝 밑으로 까닥였다. 그 움직임과 동시에 객주에 여기저기 앉아있던 검을 패용한 사내들이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 커다란 비명소리가 들렸다.

 

다가기가 보쌈당했다! 저 놈 잡아라!!”

 

3층에서 누군가가 흰 보따리를 짊어지고 마차에 뛰어들었다. 나는 유쾌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친구에게 일침을 놨다.

 

자네같은 자가 또 있구만.”

 

설마...”

 

친구는 빙긋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탁자위에 심부름꾼에게 주는 은전을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세.”

 

?”

 

또로록. 은전놓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친구는 내 팔뚝을 잡아챘다. 나는 그 은전 색깔을 지금도 눈으로 보는 것처럼 기억하고 있다. 약간 녹이 슬어 하얀색깔 안쪽에 녹색빛이 돌던 그 은전.

잠깐만. 보쌈한다고 하지...”

 

때로는 반대의 일을 해도 좋은 법이지.”

 

친구가 웃었다.

 

다가기를 보쌈하려고 했었는데, 마침 보쌈을 당했으니 구해오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인 것 같네.”

 

가기. 노래만 부르는 기생. 다미.

성과 이름이 모두 가짜인 기생세계에서 그녀의 존재는 이채로웠다.

50년전에 이조에 이름을 올렸던 벼슬했던 자의 자손이 미끄러지면 어떻게 되는가를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조상을 존경하는 이조의 관리들은 그녀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지켰다. 가끔 노래를 불러당하고 청하기는 했지만 그녀에게 돈을 주거나 괴롭히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들에게 기생이 아니라 이조의 관리의 따님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왜 그때 육황자의 비둘기가 거기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우선 거칠게 끌고 가는 친구를 따라 말을 타고 그 괴한을 쫓기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