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패설사관이므로 노래를 수집하는 것이 일이었다. 하지만 천사요곡은 채록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더더군다나 그들은 비밀집단에 가까웠으므로 그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변장을 하기로 했다. 우선 가슴께까지 내려오던 수염을 밀고 머리도 상투를 틀지 않고 땋아내렸다. 물론 이 상태로 궁중으로 돌아가면 웃음거리가 되겠지만 강호에 살던 시절의 나에게는 웃음거리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옷도 되도록 수수하게 입기 위해서 황토로 염색한 것을 입고, 수령에게 내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돌아간 것처럼 꾸미기로 했다.

 

수리. 게 있는가?”

 

내 부름에 밖에 몰래 숨어있던 수리가 튀어나왔다. 전하의 명으로 수리는 내 뒤를 보조하는 역을 맡아 그림자처럼 주변을 파고들었었다.

하지만 지금 수리에게 맡겨진 역할은 달랐다

 

? 사관님 역할을 하라고요?”

 

그렇다네. 우린 닮지 않았지만 적당한 분장으로 자넬 나로 믿게끔할걸세.

여기 가짜 수염을 달고, 얼굴빛을 조금 어둡게 하여 야밤에 급히 떠나는 것으로 하면 될걸세.“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한동안은 여기 머무를 걸세. 자네는 내 인장과 편지를 갖고 떠나게나.”

 

“.....”

 

지체없이 떠나게나,”

 

나는 패설사관이지만 눈앞의 신비에는 휩쓸리지 않았다.

강호에서는 살인, 강간, 의협, 겵투, 패륜이 흔히 벌어지지만 강호를 만든 것은 인간이다. 그러니 강호를 벗어난 어느 도시에서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서 놀랄 일도 없다.

적오에서부터 내 목숨을 노리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머리를 깨끗이 밀고 거리 곳곳을 돌아다녔다. 난 목숨따위는 아깝지 않았다.

다만 진실을 원할 뿐이었다.

 

형제님들, 복받으십시오.”

 

포교사가 돌아다니면서 축성을 했다.

그러면 어둠속에 몸을 가린 그들이 망곡이라는 천사요곡을 노래했다.

도대체 무슨 수로 그 어두움속에서 노래를 한단 말인가. 악보도 없는데...

이들의 전도방법과 장소모임은 점조직으로 되어 있었다. 영주가 하나를 잡는다고 해도 그 조직파악이 어려웠다. 몇 번의 거대한 탄압 때문에 그런 듯 싶었다.

나도 머리를 밀고 그들에게 접근하는데 몇 번 실패했다가 유력한 점을 하나 잡아서 접근했다.

나는 포교사에게 다가가 모씨의 추천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세례를 부탁했다.

포교사는 고개를 가볍게 젓고는 내게 말했다.

 

아직 오래 나오시지 않으셔서 잘 모르실겝니다. 좀 기다렸다가 축성을 받으시지요. 하늘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내게 하늘은 무엇인가.

적어도 이들이 아닌 건 분명했다.

 

점조직을 천천히 뚫기 시작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인물들이 있었다. 관부의 중심에 있는 듯한 인물들이 눈을 감고 중얼중얼 기도를 하고 있고, -여기에도 무슨 술법이 걸려 있는지 얼굴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포교실 전체가 안개로 뒤덮혀 있었다.-저 중간쯤에는 잘 안보였지만 피냄새가 강하게 나는 것으로 보아 백정들이 있는 곳 같았다. 이들이 혁명군이 되면 얼마 정도의 희생이 있을까 계산해보았다.

아니 이들이 전하에게 하늘님에게 하는 것처럼 충성을 바친다면 우리는 얼마나 강한 군사들을 배치할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군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군요.”

 

어디서인지 모르게 적오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전하가 충성을 얻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 걸 보면 당신은 남자가 아니라 내시가 아닌지 가끔 생각할때가 있어요.”

 

잠시 어딘지도 모르고 화를 낼 뻔 했지만 참았다.

포교사가 잠시 후 무슨 철판을 꺼냈다. 점조직의 형제 말에 따르면 그건 성서라고 했다.

 

여러분, 며칠 뒤 영주가 숙청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관부의 형제 한분이 정보를 전해주셨습니다. 이 성서를 누군가가 가지고 있다가 이 성스러운 말씀을 발로 밟게해서 진짜와 가짜를 가린다고 합니다. 우리의 믿음은 깨어지지 않습니다. 며칠 뒤 우리의 믿음을 보여줍시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도망가고 싶으신 분은 가까운 성으로 대피하십시오. 믿음은 만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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