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요곡의 일부분을 채록하기 시작했다. 성주는 그 음악을 들으면 미친다고 했지만, 채록하기 위해서 나서면서 들은 것은 그의 말과는 많이 달랐다.

그들은 무리지어 다니며, 포교사라는 자와 접촉을 한다. 그자는 그들을 모아놓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라는 것을 하며 [포교]라는 것을 하면서 그들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그것은 역시 기도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하늘에 있는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천사]요곡이라고 불리고 있다. 하지만 천사요곡은 단 한곡이 아니었다.

 

이것을 알려준 이는 천사요곡과는 거리가 크게 먼 귀머거리였다.

그는 손짓발짓으로 그들의 모임에 대해서 전해주었는데 귀만 먹은 것이 아니라 말까지 못하는 벙어리였다. 다만 그가 말을 못하게 된 것은 고문의 후유증인 듯 싶었다.

그것이 최근에 일어난 잔혹행위인 듯 했으므로 나는 내 업무에 이 진상파악도 끼워넣었다.

 

[잔혹하여라. 그대의 옆모습. 왜 날 외면할까.]

 

쟁쟁거리는 악기소리가 귀에 울렸다.

 

[돌아가라 말하네. 나의 당신.]

 

유랑안은 사랑의 노래를 금지한 적오와는 달랐다. 노래를 팔아 먹고 사는 가인들이 사는 곳이었고, 바다가 가까워 염전이 발달한 곳이었다.

소금은 귀한 조미료이므로, 이곳 사람들은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풍요로운 삶을 살기에 이곳 사람들은 감정표현도 풍부하게 했다.

 

[목석같이 딱딱한 남자여.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세 번째 음계에 도달했을 때에야 나는 그것이 적오의 음성임을 알 수 있었다.

 

요망한 것!”

 

검을 빼어들었지만 이 노래가 어디서 들리는지 알지를 못했다. 검만 빼들어봤자 내 행색만 우스워질 뿐.

 

[당신은 어쩜 이리 무정할까.]

 

쟁쟁거리는 음악에 귀를 막았다.

 

날 언제 봤다고 네까짓것이.”

 

“...어머나?”

 

그 노랫소리를 듣는 동안 주의를 경계하지 않고 있었던 탓일까.

어느샌가 적오가 방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간 채록을 하면서 주의를 흐트린 탓이었을 것이다.

 

튕길 줄도 아시는군요. 확실히 한때 강호의 풍류남이라 불릴 만 하군요. 호호.”

 

적오는 가볍게 발을 굴렀다.

 

그래. 무정하신 분, 올해는 황산의 자무홍을 보셨나요?”

 

“.....”

 

잠시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현기증이 들었다. 말하는 대신 나는 전하와 폐하께 하사받은 검을 휘둘렀다.

그저 감정적이어서 맞을리도 없었건만. 자무홍 이야기는 언제나 날 평정을 잃게 했다.

 

그래서야 어디 맞기라도 하겠나요.쯔쯔.”

적오는 세련된 동작으로 등 뒤에서 검을 빼들었다. 우선 검법을 시험이나 하는 듯이 검을 들었다가 내렸다. 쩡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흔들렸다.

 

네가 어떻게 자무홍을...”

 

적오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답니다. 모르는 게 없죠.”

 

“......”

 

검끝이 내 수염 끝에 닿을락 말락했다.

나도 평정을 조금씩 되찾기 시작했다. 호흡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나도 검을 천천히 앞으로 두었다.

 

자무홍까지 알면 다 아는 것이겠지. 내게 그녀는 모든 것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네 무엇을 알까...그런 점에서 네가 내 앞길이지만.”

 

살짝 검과 검이 부딪쳤다. 쩡하는 소리가 다시 났고 적오는 뒤로 살짝 물러났다.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것은 내가 앞길이다.”

 

나는 부딪쳐오는 그녀의 검을 피하면서 발로 그녀의 무릎을 걷어찼다. 적오는 피하려고 하지도 않고 검을 더 가까이 들이댔다.

.

 

너는 내 과거만 알게 될뿐.”

 

그렇다면 이번에도 제 앞길을 막으실 건가요?”

 

무릎을 걷어차여도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본체가 아니라는 뜻.

 

네 길이 올바르면 어느 누가 널 막겠냐만서도. 네 일은 진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말이 길어 지루하군요. 짧게 정리하죠.”

 

그녀가 검으로 살짝 내 뺨에 상처를 냈다.

 

내가 요물이기 때문에 안된단 말이죠. 당신을 사랑하는 것도.”

 

나는 상처를 굳이 막을 생각은 없었다. 이길 생각도 없었다.

자무홍 꽃이 피던 자리에 있던 옛날 그녀의 자리.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검을 검집에 도로 넣었다.

 

재미없네요.”

 

적오도 검을 도로 넣고는 가벼운 동작으로 발을 다시 굴렀다.

 

당신같은 사람은 무슨 재미로 살까? 사건 추적하는 재미?”

 

“......”

 

저런 요물이라면 나라 하나 주물럭거리는 놀이를 하는 유치한 것일수도 있었다.

내가 지나치게 저것을 의식한 것이겠지.

 

그렇다면 하나 더 알려드리죠. 이번 사건에 전 결백해요. 높은 사람들을 좀 더 관찰해보시죠. 그럼 답이 나올테니. 천사요곡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노래 채집에만 시간을 더 넣지 마시고. 그래야 당신이 사랑해마지않는 전하나 폐하를 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방안의 불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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