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 남자가 도대체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지.

아니면 내가 지나치게 민감하다거나.

나는 자전거 안장을 풀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동거생활을 시작한지가 3년이 다 되어가는데, 어째서 계속 이런 불협화음이 생기는지 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한 건 안장을 다 뜯어낸 후의 일로, 나는 그 순간 그 남자의 집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와 동시에 흐뭇한 생각을 지우지 않았다. 그 남자는 앞으로 내가 타던 이 자전거를 다시는 타지 못할 것이다.

 

그의 집을 떠나온 후로 나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일하기도 하고, 대형 이자카야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봉제인형에 눈을 붙이는 고전적인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는 일본이 아니라서 단순작업인 아르바이트에는 큰 돈을 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월세값을 내기도 힘들었다.

비오는 날에 공동화장실이 달린 다세대 주택에서 달팽이를 발견하고 힘겨운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그렇게 집에서 눈물을 훔치던 그때 그 남자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미건아. 내가 잘못했어. 돌아와.”

 

쫀쫀한 성격의 그라면 처음부터 내 안장 내놔라고 말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는 처음부터 굽히는 전략으로 시작했다.

 

“.....”

 

힘들거라고 생각해. 네가 일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잖아.”

 

“.....”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고 있어. 어린애를 꼬여낸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내가 물론 너한테 멋대로 한 건 사실일지만 너도 알잖아. 넌 어린애같은 사람이라고, 이런 생활 오래 못 견딜거야.”

 

여러분이 생각하는 내 모습은 아마 이 남자가 생각하는 모습과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난 결론을 내렸다. 이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날 같은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자전거 안장 일은 다 용서할게 네가 뭘 알아서 그랬겠어?”

 

“......”

 

“......”

 

잠시 공백이 있었고, 난 다시 유혹에 빠졌다. 인간취급을 안 하면 어떤가. 이 남자에게는 집이 있었다. 적어도 떠들지만 않으면, 입을 열지만 않으면 집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딸칵.

 

기회를 줄게. 3시간 뒤에 전화줘.”

 

왜 그 남자가 끊을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았는지 속상했지만 적어도 집은 생기는 것이다. 집이 생기는 것이다. . . . . . . ,

나는 다세대 주택 화단에서 발견한 달팽이를 생각했다.

난 왜 달팽이가 아닐까.

왜 난 집을 안고 태어나지 않았을까. 달팽이의 집이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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