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나는 용안을 뵈었다. 근심이 어린 그 눈동자에는 한숨이 가득하였다.
패설사관의 대리를 하는 중이라 바쁘긴 했지만, 전하의 말씀을 어길 수는 없었다.
해안가의 어느 성에 바다 건너 나라의 종교가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어느 신을 믿는 족속들이었는데 그들에게는 왕도 없고 백성도 없다고 했다.
전하는 내게 밀명을 내리시며 패설사관이 돌아오기 전까지 문제를 해결하라 하셨다.
존안에 나는 무릎을 꿇고 명을 받들었다.
-패설사관 대리 이준안-
그때의 기록이 정확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이준안은 내가 없는 사이에 해안 성곽인 유랑안에 내려갔다가 참살되었다. 왕도 없고 백성도 없는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자들이 왕의 신하를 죽였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만큼은 전하께 특별히 말씀드려서 검을 패용하고 내려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