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경과번호 4

 

 

수금 타는 소년은 노래를 무척 잘 불렀다. 하지만 억양이라던가, 강세가 적오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평탄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소년에게 고향이 혹시 대냐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본래 대에서 자랐습니다.”

 

 

“여기에는 어쩐 일로 오게 되었나.”

 

 

“대에서 악사가 되기 위해서 교육받던 중 동무를 잃었습니다. 그 뒤에 악사가 되길 포기하고 이길 저길 다니다보니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결국 여기서 수금을 타지 않나?”

 

 

나의 순수한 호기심은 패설사관을 오래 지닌 것에 연유한다. 하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는 안 물어볼 걸 그랬다.

 

 

“도둑패인지 모르고 끼어들었다가 체포되었었지요. 그러다가 수금을 잘 탄다는 걸 안 성주가 제게 저분의 안위를 맡기셨습니다.”

 

 

“성주를 직접 만났단 말인가?”

 

 

연금된지 닷새가 넘는 동안 오적의 얼굴도 보지 못했고, 여성주가 왔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적오의 본래 법상 여성주에게도 통치권이 주어져 있다는데, 그동안 장원국에 편입되어 있다보니 경계가 좀 불분명해진 부분도 있는 모양이다.

 

“예. 머리가 새하얗고 긴 데다가 비녀를 하지 않고 머리를 땋아올렸습니다. 그걸 적오식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성주님은 이름이 따로 없으셔서 성이름을 따서 부른다고 합니다.”

 

 

“아하. 근데 왜 저 사람의 안위가 자네에게 달려 있는가?”

 

 

그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귀공자는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괴물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참으십시오. 도련님!”

 

 

소년은 수금을 타면서 귀공자를 달랬다.

 

 

디링~

 

 

말 목을 닮은 수금 머리부터 끝까지 소년이 한번 쓸어내리자 귀공자는 격심한 몸부림을 시작했다.

 

그아아아아아아아

 

 

“멈춰. 음악을 멈춰. 멈추지 않으면 네놈들 둘다 꼬치에 꿰어버릴테다.”

 

 

귀공자는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길게 기른 손톱을 휘두르며 우리쪽으로 달겨들었다.

5보 정도의 거리였으니 그가 위해를 가하려고 했으면 충분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내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아, 또 내가 정신을 잃었었나?”

 

 

귀공자의 목에는 진홍색의 아름다운 보석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귀공자가 광기를 일으킬 때마다 그 목걸이에서 번쩍번쩍 빛이 났었다.

나는 그 목걸이가 예전 패설에 나온 목걸이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입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저것이 진정 패설에 등장하는 목걸이라면 사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었다.

 

 

“적님! 괜찮으십니까!”

 

 

문이 덜컹 열리면서 나를 가두라고 명했던 오적이 들어왔다.

 

 

“아, 괜찮...적오님은 어디 계시오?”

 

 

“...곧 오실겁니다.”

 

 

가짜 오적은 날 매섭게 노려보았다.

 

 

“엉뚱한 생각 마시오. 패설사관.”

 

 

“......”

 

 

나는 생각에 잠겼다.

정말 그. 목.걸.이. 라면?

이내 사락사락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오적과 닮은 여자가 들어왔다. 성주인 듯 했다.

머리를 땋아 올리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절도가 있고 품위가 있었다.

 

 

“패설사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웃는 적오는 한손에 내가 가지고 온 공문을 들고 있었다.

 

 

“좋은 소식을 가져오셨군요.”

 

 

그리고 그녀는 한 손으로 그 비단 공문을 빡빡 찢어버렸다.

엄연한 황제에 대한 반발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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