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경과 번호 3

 


대의 부두에서 출발해 적오에 도착했지만 성주와의 접견은 금지되었다.

장원국의 예법상 여자는 성주는 될 수 있어도 사신과 직접 접견이 안되도록 되어 있는데, 적오도 한 지방이니만큼 그 정도 예법은 지키는 듯 싶었다.

이내 적오의 수하 중 하나라는 오적이 들어왔다. 상인회의 수장이자 수공예 공단의 감독을 맡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손가락에 굵은 옥반지를 끼고 머리는 비녀를 꽂아 고정하고 자주색 머리띠를 둘렀다.


 

“어서 오시지요.”


 

목소리는 아직도 변성기가 덜 지난듯 여자처럼 부드러웠다. 하지만 키는 후리후리하니 컸다.


 

“전하의 공문을 가져왔소.”


 

그 말에 오적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뭐 어떤 공문인지는 얼핏 봐도 알겠군요. 하지만 여성주를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어린 소녀에게 제사에 참례하란 말씀이십니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요.”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물에서 일어나는 일보다는 나을게요.”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때까지 그 공문은 도착도 하지 않았는데 그 내용을 아는 것이 첫째 수상하고, 둘째 지금까지 왔던 자들이 익사하면서 내용물을 잃었다면 적어도 한 개쯤은 발견했을텐데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고...”


 

“그건 우리가 그자들을 익사시켰단 말입니까? 그런 말도 안되는 모함을!”


 

오적은 펄쩍 뛰면서 부인했다.


 

“수상한 건 당신입니다. 패설사관. 대에서 같이 온 선장 말에 의하면 괴물에게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말에 부인했다던데...수로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런 식으로 대했습니까? 당신은 우리의 수호신을 모독했습니다.”


 

“수호신? 그런 게 어디 있소. 엄연히 천자께서 살아계신데!”


 

“적오에서는 적오의 법이 지배합니다!”


 

오적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부하들에게 외쳤다.


 

“패설사관을 사신관에 연금시켜라. 성주께서 결정을 내리실 때까지 조금의 틈새도 보이지 말고 감금하라!”


 

이렇게 해서 나 미축은 수금을 타는 한 소년과 함께 사신관에 연금되고 말았다.

사신관에는 그 소년말고도 오적을 무척 닮은 한 청년이 침대에 누워 괴로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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