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경과 번호 2

 
 

장원국의 중심인 대에서 적오까지는 빠른 육로로는 14일, 배로는 약 8일이 걸린다.

이 서류도 배에서 꾸미고 있다. 수리는 그동안 충격에서 제법 헤어났는지 밝은 표정이지만 여전히 말을 걸면 괴물에 대한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다.

나도 어지간해서는 수리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동안 빠른 나룻배로 물을 건너다 비명횡사했다던 신하들의 전례를 밟지 않기 위해서 대에서 큰 배를 빌렸다. 느리고, 적오에 도착하면 모래톱에 걸리고 암초에 의한 난파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공문을 잃어버리고, 물에 빠져 죽어나갔다던 자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사관님 사관님!”

 
 

배가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하는데 억지로 참고 있으려니 고역이었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시원스럽게 토하기에는 체면이 있고...

더더군다나 수리는 한술 더 떠 오늘 죽을까 내일 죽을까 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왜 그러시나.”

 
 

“큰 물고기가 배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 물고기가 배를 공격한다는 이야기는 바다에서나 들리는 줄 알았다. 물론 한번도 수상로를 겪어보지 않는 나이기에 지나치게 편협한 시각인 줄은 알았지만. 설마 진짜로 수상로에 이런 괴물이 있을 줄이야.

 
 

“제물을 바쳐야 합니다. 아니면 여자를 내쫓던지요. 혹시 사관님이 데려오신 저 희여멀건한 친구 여자 아닙니까?”

 
 

수염이 없고 곱상하게 생겨놨더니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수리는 생기를 얻었다. 일어나 자기 가슴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모든 원인은 제게 있습니다. 제가 가서...”

 
 

“...앉게나. 수리. 별 일 없을 걸세.”

 
 

“사관님.”

 
 

선장은 울상이 되었다. 

 
 

“정 안 믿기시면 바깥에 나가서 보시지요. 얼마나 큰지 죽을 지경입니다요. 이럴땐 제비를 뽑아서 제물로 바쳐야 해요.”

 
 

“그게 무슨 말이오. 안 될 말인지 알고나 있소?”

 
 

“답답하시군요. 궁에만 계시니 밖에 이런 기이한 일들이 있는지 모르시는게 당연하죠.”

 
 

그렇게 선장과 입씨름 하는 동안 선원들과 승객들이 모여서 내게 한 목소리로 항의했다.

한 10분쯤 그렇게 입씨름을 해서 내가 그들의 요구를 승낙하고 제비를 뽑는 순간 밖에서 풍덩하고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배가 잠잠해졌다.

수리가 물에 몸을 던진 것이었다. 제비 뽑던 사람들은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 자리로 돌아갔다.

수리를 건져내려고 했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선장의 말로는 그 큰 물고기가 수리를 삼켰을 것이라고 한다.

이것도 패설사의 한 장으로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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