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패설사관인 나는 작년 이맘때쯤에 전하에게 불려가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전하는 민중에게 도는 이야기보다 관가에 전해져오는 신기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시길래

적오에서 일어나는 가인들의 사망보고들과 그들이 지은 노래에 대해서 들려드렸다.

전하는 이내 생각에 잠긴 눈치시더니 이내 내게 말씀하셨다.


 

“축. 자네가 혹시 적오에 다녀올 생각은 없는가? 제후의 제사에 참례하라고 벌써 여러번 공문을 내렸건만 그때마다 적오에서는 적법한 공문을 받지 못했다고 말만 할 뿐이야.

언제부터 기껏 제후 따위가 이 몸을 무시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이야기를 꾸미는 걸 보면 혹 반역을 기도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심성이 보드라우셔서 항상 이런 식으로 확인하시지만 그 뜻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혹여 무관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좌장군에게 인물을 골라달라 하게.”


 

만세 만세 만세수를 하소서. 전하. 어이 거절할 수 있으랴. 나는 전하의 명을 받잡고 제사에 참례하라는 공문을 몸에 지니고 적오로 떠나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런데 개의하면 패설사관 일은 하지도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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