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하루였다. 원로신부는 좀 쪼잔한 속세의 장사꾼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윤은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비록 성당이 크지도 않고 좁았지만 지윤은 신경쓰지 않았다.

형제들이 만든 복마전에는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고, 지상의 천국을 꿈꿀 뿐이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지옥이 이런 건가 싶었다. 하지만 성전은 달랐다.

죄를 지은 사람들이 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상 뉘우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고해성사 시간이 마음이 편했다.

지윤은 고해성사실에 들어갔다. 거기에는 한 남자가 두터운 안경을 쓰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제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어차피 안경을 쓰건 안 쓰건 지윤은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단지 안경은 위장용일 뿐이었으니까.

 

신부님,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

 

얼마 전에 친누이가-적어도 상속권을 가진-누군가에게 커피로 얼굴을 심하게 데고, 그 상처가 덧나서 죽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아버지는 요양원을 뛰쳐나와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형제들의 모임에 참석은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파악은 하고 있는 그였다,

 

.”

 

지윤의 말에 그는 조그만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한 여자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또 죄를 지으려고 합니다.”

 

“.....”

 

신부는 고해성사시에 했던 말을 밖으로 퍼뜨릴 수 없다.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것.

그가 한 말이 설마 지윤이 짐작하는 말이라도 마찬가지였다.

 

. 하나님께서...”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재빠르게 말했다.

 

저는 신부님을 죽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총성이 울려퍼졌다. 지윤은 가슴을 손으로 막은채 쓰러졌다. 지윤을 쏜 그 남자는 이빨을 드러내고 웃고는 천천히 성당밖으로 걸어나갔다.

어둠속에 잠시 모습을 감추었던 한 변호사는 그 그림자가 사라지자 마자 고해성사실에서 피를 흘리고 있던 지윤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숨어 있던 길준과 의사는 성당밖에 준비해둔 차량에 지윤을 실었다.

 

이게 무슨...”

 

뒤늦게 총성을 듣고 달려온 원로신부에게 세 사람은 입가에 손가락을 대보였다.

 

요한신부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흥분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신부에게 길준이 말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요한 신부는 그냥 피정을 떠난 겁니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어야 하고요. 그동안 성당에 헌금을 많이 하겠습니다. 그냥 모른 척 해주십시오.뒷문은 어디 있습니까?”

 

원로신부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자 길준은 그의 손에 서명이 된 수표를 한주먹 쥐어주었다.

그 수표에는 이준구라고 사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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