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게 다 내 돈이라고요?”

 

자그마한 부동산을 하나 자신의 명의로 받게 된 이준구는 벌린 입을 감추지 못했다. 허랑방탕한 다른 노숙자들에 비하면 자신은 항상 정상인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 그걸로 뭘 해도 좋으니 받아달라고 재산을 내민 것이다.

 

한 변호사님 세상에는 별 사람이 다 있네요.”

 

그는 모든 수속이 끝나자 한 변호사와 자주 만났던 공원의 벤치에서 캔커피를 마셨다.

 

...사람. 그런가.”

 

이젠 정말 아무 걱정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그렇겠지.”

 

이준구는 꿈에 부풀었다. 한때이긴 했지만 다소 무분별했던 소비생활 때문에 카드빚을 많이지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집에서 물어줄 것도 아니었다. 그의 무분별한 카드 돌려막기는 결국 그의 직장을 앗아갔다. 그리고 직장이 없어지고 난 후 그를 구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하지만 변호사님. 저도 바보는 아니니까 압니다.”

 

?”

 

사람이 은혜를 베풀때는 그 사람 자신도 뭔가 도움을 받고 싶어서 그런거죠.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굽니까.뭐 때문에 저한테 이런 은혜를 베푸는 거죠? 저도 그에 상응하는-상응할 수도 없다는 거 잘 알지만.-보답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넨 정말...”

 

한 변호사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염소 수염이 미미하게 떨렸다. 준구는 항상 그 모습이 웃기다고 생각해왔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리 웃기지도 않는 모습같았다.

 

말해도 되겠나? 자넨 입이 무거운 사람이지만, 진실을 알게 되면 어쩌면 이 일이 그렇게 선량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거야.”

 

준구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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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주어지는 재량권이 크군요. 월급도 많고.”

 

병률은 비꼬듯이 말했다. 국회의원 앞이건만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 겁나나? 한낱 짭새로만 있다가 얻은 자리라서 과분한가?”

 

국회의원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자네가 하는 일은 별 거 없지. 그저 내 비서로서 운전이나 하고 전화나 받으면 그만이니까. 그렇다고 자네한테 내가 정책 현황 분석을 맡기겠나, 연설문을 맡기겠나. 내가 자네 형한테 자네를 부탁받았을 때 이미 그게 다 무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맡긴 거야. 그리고.”

 

그리고?”

 

자네가 느끼기에는 자네 재량이 큰 거같지? 하지만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자네가 가진 재량권은 내가 가진 힘 중에서 얼마 안된다는 걸 뼈아프게 느끼게 될 거야. 자넨 야망이 작아.

조금이라도 야망이 큰 종자들은 처음부터 이런 자리라니 날 너무 우습게 보는거 아니냐고 말하겠지.“

 

“......”

 

병률은 입을 다물었다.

 

저한테서 뭘 얻고 싶어하시는지 모르겠군요. 너한테 기대하는 것은 얼마 없다라니...그럼 그거 말고 저한테서 얻고 싶으신 게 뭡니까?”

 

내가 바라는 거?”

 

국회의원 정찬일은 살짝이지만 눈의 흰자위를 드러냈다. 삼백안이라서 기묘할 정도로 위험해보였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은.]

 

한변호사는 이준구를 향해서 머리를 숙였다.

 

자네가 그대로 있어주길 바라는 것 뿐이야. 자네는 싫겠지. 지금이라도 모든 빚을 청산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따뜻한 가장, 떳떳한 아들, 친한 친구들에게 술값정도 낼 수 있는 그런 보통 사람이 되고 싶겠지. 미안하네, 자네는 앞으로 이 명의가 반납될 때까지 계속 <노숙자 이준구>가 되어야해. 미안하네.”

 

[자네는 앞으로도 날 위해서 손을 더럽혀줘야 하네. 앞으로도 계속 내 일을 맡아줘야 하는 거야. 짭새 이병률에서 국회의원 정찬일의 개가 되는 거지. 어떤가. 민중의 개에서 국회의원의 개가 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야.]

 

그렇군요.”

 

[그렇군요.]

 

이준구와 이병률은 동시에 그렇게 말했다.

 

어려울 거 없죠.”

 

이병률은 그렇게 말했고, 이준구는

 

[너무 잔인하신 말이군요.]

 

[미안하네.]

 

한 변호사는 진심으로 그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준구는 이내 어깨를 쭉 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단지 돌아가는 길일 뿐이죠.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이런 짐을 맡긴 사람에게 가서 말씀해주세요. 무슨 의미로 이런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저같은 사람에게도 도움 받을 일이 있을 거라고요. 그 사람이 진심으로 쓸모없는 노숙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람 이준구에게 도움 받을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어깨를 빌려주겠다고.”

 

한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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